[인문사회]“중국은 이런 나라” 과거 현재 미래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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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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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헨리 키신저 지음·권기대 옮김/696쪽·2만5000원·민음사
◇ 중국과 이란/존 W 가버 지음·박민희 옮김/560쪽·2만2000원·알마

미국과 중국 간 ‘핑퐁 외교’의 서막을 연 헨리 키신저는 이후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중국을 관찰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물론(위), 장쩌민(하단 왼쪽), 덩샤오핑 전 주석과(하단 오른쪽 위), 저우언라이 전 총리 등을 만났다.(하단 오른쪽 아래) 그는 “미국과 중국은 파트너십을 뛰어넘어 함께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음사 제공
미국과 중국 간 ‘핑퐁 외교’의 서막을 연 헨리 키신저는 이후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중국을 관찰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물론(위), 장쩌민(하단 왼쪽), 덩샤오핑 전 주석과(하단 오른쪽 위), 저우언라이 전 총리 등을 만났다.(하단 오른쪽 아래) 그는 “미국과 중국은 파트너십을 뛰어넘어 함께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음사 제공
1971년 7월 9일, 당시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재확립하라는 임무를 받아 ‘죽(竹)의 장막’을 뚫고 중국 땅을 밟았다. 이후 그는 약 40년간 50여 차례에 걸쳐 중국을 오가며 마오쩌둥(毛澤東)부터 후진타오(胡錦濤)에 이르는 중국 지도자들과 교류했다. 이 책에는 그가 지켜본 중국의 전통적 외교 전략, 개혁개방, 국제사회와 중국의 상호 작용 등을 담았다.

그가 파악한 중국 외교의 기본 전략은 ‘방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주변의 다른 이민족이 뭉쳐 중국에 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민족으로 이민족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뿌리 깊은 전통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지금도 이 전략은 중국 외교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또 상대적 우위를 조금씩 끈질기게 축적하는 바둑과 같은 외교 전략을 갖고 있다. 상대 세력을 단호하게 무너뜨리는 서양의 체스와는 다르다. 이는 근래 중국의 발전 전략이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에서 화평발전(和平發展) 등으로 바뀌어 온 흐름 속에서도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자기의 가치관을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뜨릴 의무가 있다고 여기지만 중국은 타국을 ‘개종’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이 주변 나라를 중국 문화 및 정치 형태와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누었던 진공(進貢)국 전통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저자는 북한 핵문제를 지목했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를 기본으로 남북한과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는다.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좌중을 압도하며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인물로,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을 환골탈태시키려고 노력한 인물로, 장쩌민(江澤民)은 부하의 견해까지도 가치 있게 여기는 지도자라고 적었다.

저자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인 것이 될 것이며, 인권 문제로 다툼이 있겠지만 상호 교류 속에서 안정적으로 공진화(共進化)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이 책은 한국에서 보는 중국보다 훨씬 넓은 글로벌한 시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의 어두운 면에 대한 분석이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의 발전 방향(서구 근대 국가의 형태로 갈지 아니면 중국 특유의 발전 모델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명확하지 않아 아쉽다.

‘중국과 이란’은 최근 미국이 중국에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거절한 데 대해 중요한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다. 미국 조지아공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저자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친 중국과 이란의 외교 역사를 다뤘다.

두 나라는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경제적으로 오래 협력해 왔는데 저자는 그 배경을 크게 ‘신념’과 ‘이해관계’로 나눠 설명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의 기초가 되는 신념의 측면을 보면 두 나라 모두 과거에는 ‘영광스러운 제국’이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해관계의 측면에서는 두 나라 모두 역사적으로 소련을 견제해야 할 공통의 목적이 있었다. 또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중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석유 자원에 대한 미국의 독보적인 행보를 견제했다는 분석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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