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12>樂歲엔 粒米狼戾하야 多取之而不爲虐이라도 則寡取之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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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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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年엔 糞其田而不足이어늘 則必取盈焉하니라

맹자는 등나라 文公의 자문에 응해 정치에 대해 논하면서, 夏(하) 殷(은) 周(주)의 세법을 예로 들어 공평한 收稅(수세)의 문제를 거론했다. 하나라 때는 貢法(공법), 은나라 때는 助法(조법), 주나라 때는 하나라와 은나라의 조세법을 지역에 따라 달리 채용하여 徹法(철법)을 시행했다. 공법이란 국가에서 각 家長에게 토지 50이랑을 주고 각 가장이 5이랑분의 소출을 관청에 바치게 하는 방식이다. 조법이란 토지를 井의 형태로 구획해서 8명의 가장마다 私田 70이랑을 분배하고 한가운데 70이랑에서 廬舍(여사) 14이랑을 제외한 54이랑의 公田을 공동으로 경작해서 그 소출을 관청에 바치게 하는 방식이다. 貢法과 助法은 수확의 10분의 1을 세금으로 내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과세 방식은 전혀 달랐다. 貢法은 50이랑의 私田에서 수년간 수확한 양을 校較(교교)하여 그 평균 수확량을 常數(상수)로 삼아, 그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입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했다. 따라서 풍작이나 흉작의 사정을 융통성 있게 반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옛날의 현자 龍子(용자)는 공법이야말로 조세제도로서 최악이라고 말했다.

樂歲(낙세)는 豊年(풍년)과 같다. 狼戾는 狼藉(낭자)와 같다. 多取之는 농민들에게서 定額(정액)보다도 더 많이 곡식을 세금으로 걷는다는 뜻이다. 不爲虐은 ‘포학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則∼은 ‘그렇거늘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寡取之는 定額보다 많이 취해도 좋거늘 정한 액수만큼만 취한다는 말이다. 糞其田은 그 밭에 분뇨로 만든 堆肥(퇴비)를 가해서 지력을 북돋는다는 뜻이다. 不足은 먹고 살기에도 부족하다는 뜻이다. 必取盈焉은 정해진 부과액을 반드시 취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조세제도에서 稅率(세율)을 수시로 변동시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처지를 고려하여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기본 이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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