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박태준 1927∼2011]“박태준 명예회장, 속정 깊은 청렴 리더십 따를 수밖에 없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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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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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로 前포스코 회장이 50년간 곁에서 지켜본 박태준

2008년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고 박태준 명예회장과 함께한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오른쪽). 포스코 제공
2008년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고 박태준 명예회장과 함께한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오른쪽). 포스코 제공
50여 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상사의 영정 앞에서 백발의 사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14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1960년 육군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대한중석과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도 함께 일했다.

영일만 모래밭을 현대식 제철소로 바꾸기 위해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뛰어다녔고, 박 명예회장은 세 살 어린 황 전 회장을 각별히 아꼈다. 이런 인연으로 황 전 회장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함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 인간적인 상사

“무섭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금만 같이 지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 정이 많고 인간적인 분이야.”

황 전 회장에게 박 명예회장은 업무시간에는 ‘호랑이 상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1970년대 초의 일이야. 유능한 젊은 직원 하나가 그만두겠다며 회장님을 찾아왔어.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퇴직금으로 빚을 갚으려고 한다’고 하대. 회장님이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알았다고 하시더니 그날 밤에 적잖은 돈을 주셨어. ‘자네는 회사 나가면 안 돼.’ 딱 한마디만 하시고.”

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식사자리에서 “도둑이 들어 책 여러 권을 잃어버렸다”고 말을 했는데, 박 명예회장이 조용히 불러 “책 사보라”며 봉투를 건넸다. 황 전 회장은 “속정이 참 깊은, 그래서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따르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9월에 열렸던 퇴직자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회장님이 대외 행사를 거의 안 가실 때였는데 옛날 현장 직원들이 모인다고 하니 가신 거야. 회장님이 ‘함께 고생해 기틀을 다진 사람들인데 감사하다고 해야지’라고 하셨어. 지금 포스코 구성원들에게도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던 게지.”

○ 청렴한 리더십

“1968년 당시 (박 명예회장의) 포항제철 사장 취임사를 나보고 쓰라고 하셨는데, ‘금전이나 물자를 받는 등 부정행위는 없게 하고, 오해 받을 행동도 하지 마라’라는 내용을 꼭 넣으라고 하시더라고.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며 몇 번이나 강조하셨어.”

황 전 회장은 “회장님 리더십의 근간은 청렴결백이었고, 그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포스코를 이끌 수 있었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장님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포스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때로는 웃음을 보였던 그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회장님 집무실에 가면 벽에 5개의 지도가 있지. 중국,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그 지도에 포스코의 진출 현황이 표시돼 있어. 글로벌 사업 현황을 항상 보고 계셨던 거지. 이제 사무실도 비워야겠지만 그 지도를 떼어낸다면 참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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