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비빔밥 부채 한지 우리 ‘풍류정신’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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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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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성 교수 “어울림과 신명 조화롭게 이끌어내”

“전주에서 판소리, 비빔밥, 부채, 한지 등의 전통문화가 보존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어울림과 신명을 중시한 우리 고유사상 풍류(風流)정신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전통문화대 최영성 교수(한국철학·사진)는 9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사박물관에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주제로 열리는 전주학 학술대회에 참가해 이 같은 내용의 논문 ‘풍류정신과 전주’를 발표한다.

전주는 요즘도 저녁식사 자리에 소리꾼을 불러 판소리를 즐기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비빔밥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고, 한지와 부채는 판소리와 조화를 이뤄 멋진 소리문화를 만들어 냈다.

어떤 이유로 전주에서 이런 문화가 융성하게 됐을까. 최 교수는 먼저 한국의 대표적 신산(神山)인 전주의 모악산에 주목했다. 모악산은 원불교나 증산교, 미륵신앙 등 우리 고유의 신앙이나 사상을 탄생시킨 곳이다. 최 교수는 “여러 종교나 사상이 태동했음에도 그것들은 갈등하거나 대립하지 않고 공존한다”며 “이런 어울림의 정신이 전주 문화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 교수는 전주문화가 최치원의 풍류와 연결돼 있다고 해석했다. 최치원은 ‘난랑비서(鸞郞碑序)’에서 풍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라에 현묘한 도(道)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이는 삼교(유교 불교 도교)를 내포한 것으로 모든 생명과 접촉하면 이들을 감화시키고 신명나게 한다.’

최 교수는 풍류의 이런 특성이 판소리 부채 비빔밥 한지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고 설명한다. 먼저 서민 대중의 애환을 담아내는 판소리는 신명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데, 신명이나 신기(神氣)를 중시하는 풍류도의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했다는 설명이다. 부채는 풍류의 상징으로, 소리를 할 때 쥐는 쥘부채는 소리하는 사람의 신명을 돋울 뿐만 아닐라 그것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천변만화하는 우주의 이치를 보여줬다고 그는 설명했다.

비빔밥도 우리 민족 고유의 어울림 정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원재료와는 다른 한 단계 높은 맛을 끌어냈으며, 한지는 흰색을 존중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아 부채와 조화를 이뤘다고 설명한다.

전주 한옥마을의 판소리 체험. 동아일보DB
전주 한옥마을의 판소리 체험. 동아일보DB
최 교수는 “판소리나 부채, 한지, 비빔밥 등이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넷 모두가 조화를 이뤄 발전한 곳이 전주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주권의 전통문화는 멋 맛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인격 완성을 추구하는 풍류정신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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