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김태원 “책쓰기, 제겐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편견은 계속 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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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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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우연에서…’ 펴낸 음악인 김태원 씨책표지에 자폐증 아들이 그린 그림 실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부활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원. 그는 “지금은 논리정연한 완벽함이, 허술하고 모호한 순수에 지고 있는 시대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부활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원. 그는 “지금은 논리정연한 완벽함이, 허술하고 모호한 순수에 지고 있는 시대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부활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음악인 김태원(46)은 비 오는 창밖을 보고 있었고 사무실 탁자 위에는 얇은 담뱃갑과 뜨거운 녹차 한 잔, 그리고 최근 낸 에세이집 ‘우연에서 기적으로’가 놓여 있었다.

당초 그와의 약속은 명사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하는 ‘독서인(人)’ 코너 인터뷰를 위해 잡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책 안 읽는다”고 말했다. 겸양도, 과시도 아니었다. “학창시절 황순원의 ‘소나기’, 서대문구치소에서 읽은 이외수의 ‘벽오금학도’ 이후 단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 진짜다”라는 구체적 사실을 확인한 건 인터뷰 전날이었다.

“책도 안 읽는 놈이 책 썼다고 욕할 수도 있죠. 가사를 쓰거나 멘토링을 하는 것은 한 권의 말을 한 페이지로 함축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책을 쓴다는 건 반대로 한 페이지를 한 권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죠. 제겐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무실과 마주보고 있는 ‘본스타 트레이닝센터’(김태원이 원장으로 있는 음악·연기 학원) 게시판에는 ‘제2회 독백대회 수상자’ 공지가 나부끼고 있었다. 대회명부터가 김태원스럽다. “독백을 해보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음악가든 연기자든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죠.” 그는 학원을 미래에 예술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인터뷰 중간, 그의 휴대전화에 ‘바암톨’이란 발신자 이름이 찍혔다. “응, 밤톨!” 하며 받은 전화의 주인공은 아내인 이현주 씨. 이 씨와 딸 서현 양(15), 자폐증을 앓는 아들 우현 군(11)은 필리핀에 따로 산다. 김태원은 매달 필리핀 집에 가 2, 3일씩을 보내다 온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과 MBC ‘위대한 탄생’ 등에서 촌철살인의 멘트로 ‘국민 멘토’라는 별칭을 얻은 그이지만 집안에서만큼은 ‘멘토링’을 아낀다고 했다. 뮤지션을 꿈꾸는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와 작곡을 독학했어요. 지켜보기만 했죠. 얘가 음악 만들기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게 1년이 채 안 됐어요. 딸이 만든 영어 가사를 애 엄마가 번역해줬는데 눈물을 흘렸어요. 동생의 자폐증, 아빠의 방송 활동으로 자기 몫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데서 오는 고독 등이 모두 녹아 있었죠.”

딸은 최근 아버지에게 “미국에 건너가 길거리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스트리트 뮤지션’이 되겠다”고 했다. 김태원은 “아름답다. 너의 꿈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필리핀 현지 특수학교에 다니는 우현 군은 최근 드럼 연주와 그림에 취미를 붙였다. 김태원의 에세이집 표지에 우현 군이 그린 그림이 실렸다.

“웬만한 것엔 감동하지 않는다”는 김태원은 최근까지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을 지휘하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매회 느꼈다고 했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무너뜨리는 게 제 꿈이에요. 어떤 사람은 (그 일을) 정치로 하고 있겠죠. 저는 멜로디로 승부를 거는 중입니다.”

그는 TV 출연과 그룹 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요즘도 머릿속에 멜로디가 끝없이 떠오른다고 했다. 요즘 부활의 전 보컬인 박완규의 신곡을 쓰고 있다. 부활의 새 앨범, 13집도 내년 상반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크리스마스, 연말 할 것 없이 이달 부활의 스케줄은 전국 투어로 가득 차 있다.

“12집은 당시 가난해서 싱글 음반으로 냈습니다. 다시 정규로 돌아갑니다. 부활은 (이름처럼) 다시 살아났습니다.”

올해 초 그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종교적 부활 역시 믿을까. “신을 믿지만 교인은 아닙니다. 제가 내일 죽는다고 해서 특별한 걸 하리라 보십니까. 제가 발버둥친다고 뭘 하나 얻습니까. 오는 것 그대로 맞이할 겁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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