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4>高子가 以告한대 曰夫尹士가 惡知予哉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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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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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에 올바른 도리가 실행되지 않자 도성을 나와 晝(주) 땅에 사흘간 머물다가 떠났다. 이때 제나라 사람 尹士가 맹자를 비난하자, 맹자의 제자로서 제나라 사람인 高子가 그 말을 맹자에게 전했다. 윤사는 제나라 왕이 성군처럼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맹자가 그 사실을 몰랐거나 알고도 왕의 은택을 입으려고 했으리라 비판했다. 또 윤사는 맹자가 왕과 뜻이 맞지 않아서 떠나려 했다면 주 땅에 사흘이나 머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以告는 윤사의 말로 고했다는 뜻으로, 以 다음의 목적어를 생략했다. 惡(오)는 의문사이다. 千里而見王은 천리 먼 길을 와서 제나라 왕을 만나보았다는 말이다. 是予所欲也는 ‘이것은 내가 원한 바이다’로 도를 실행하고자 해서 스스로 원해서 찾아왔다는 뜻이다. 不遇는 맹자의 뜻과 왕의 뜻이 부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豈予所欲哉는 반어의 표현이다. 予不得已也는 予不得已而去也의 준말이다.

윤사는 맹자를 두고 현명하지 못하다 했고, 은택을 구한다 했으며, 왜 그렇게 머뭇거리느냐 했다. 그런데 맹자는 머뭇거린다는 비난에 대해서만 변론했다. 명나라의 蔡淸(채청)은 ‘천리 먼 길을 와서 왕을 만나본 것은 내가 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말함으로써 제나라 왕이 성군처럼 될 수 없다고 불경스레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왕의 은택을 구하려 함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미 드러내었다고 했다.

송나라가 금나라의 침략을 받아 揚子江(양자강) 이남으로 쫓겨간 후 주자(주희)는 ‘忍痛含怨(인통함원) 迫不得已(박부득이)’의 여덟 자로 그 사실을 표현했다. ‘슬픔을 참고 원통함을 품으면서 내몰려 부득이 그러했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에는 병자호란의 치욕을 두고 이 말을 사용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부득이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애당초 바른 도리를 실천하려 하지 않고서 결과만 두고 부득이했다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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