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색깔의 글씨를 써야 광화문 현판다울까…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검은색? 흰색? 아니면 금색?

2010년 복원한 현재의 현판. (왼쪽) 1968년 제작해 2006년까지 사용했던 현판. (오른쪽)
2010년 복원한 현재의 현판. (왼쪽) 1968년 제작해 2006년까지 사용했던 현판. (오른쪽)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일까,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일까? 아니면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일까?”

광화문 현판의 색상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경복궁 광화문에 걸려 있는 현판은 1865년 중건 당시의 모습으로 지난해 복원한 것. 석 달 만에 균열이 발생하자 문화재청은 현판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현재 현판의 글씨를 중건 당시처럼 한자로 할 것인지, 아니면 한글로 할 것인지를 놓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현판의 색상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판 색상이 광화문 현판 원형(1865년 당시 모습)의 색상인지, 경복궁 정문 현판의 색상으로 적절한지 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복원한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하지만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현판은 드물다. 경복궁 등 궁궐의 전각이나 성곽 성문의 현판은 대부분 검은색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씨다. 복원 이전의 광화문 한글 현판(1968년 제작·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도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였다.

현판의 색상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은 중건 당시 현판의 색상을 보여주는 컬러 사진이나 기록이 없기 때문. 문화재청은 지난해 광화문 현판을 복원하면서 1900년대 초 촬영한 유리원판 사진을 참고했다. 이를 통해 한자 글씨체는 찾아냈지만 흐린 흑백사진인 탓에 현판의 바탕과 글씨의 색깔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유리원판 사진으로 볼 때 바탕이 희게 보이고 글씨가 검게 보이자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현판을 복원한 것이다. 그래서 “철저한 고증과 고민 없이 현판 색상을 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검은색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씨’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 기능보유자 신응수 씨는 “경복궁 광화문의 중요성으로 볼 때,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가 맞다고 본다. 흰색 바탕은 가벼워 보여 경복궁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자인지 한글인지보다 배경과 글씨의 색상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예가 정도준 씨는 “경복궁의 근정전과 흥례문처럼 국왕이 자주 이용하는 건물의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으로 글씨를 썼다. 글씨를 금색으로 할지 흰색으로 할지는 논의해 봐야겠지만 바탕은 검은색이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덕수궁 대한문의 현판도 바탕이 흰색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신 대목장은 “대한문은 애초에 덕수궁의 정문이 아니었던 데다 덕수궁은 그 격에서 경복궁을 따라올 수 없다. 대한문 현판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복원 과정에서 참고했던 유리원판 사진의 색상 역시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근대기에 촬영한 궁궐 건축 사진을 보면 색상을 반전시킨 경우가 종종 있다. 광화문 현판 사진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탕은 검은색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지난해 복원 과정에서 현판의 색상 문제를 정교하게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 초 색상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한자로 할 것인가, 한글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12월까지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마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초 결정하기로 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