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공방서 만드는 친환경 원목가구 장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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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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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소나무… 조립은 친환경 본드와 나사 … 마감은 천연도료

얼마 전 19개월 된 딸을 둔 후배가 질문을 하더군요. 제가 취미로 목공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물어본 것입니다.

“선배, 친환경 가구를 구입하고 싶은데요.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까요?”

“원목가구를 사면 될 것 같은데….”

“저도 그러고 싶은데 너무 값이 비싸고, 무엇이 제대로 된 친환경 가구인지도 몰라서요.”

제 후배뿐만이 아닙니다. 친환경 원목가구를 구입하려는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에 부닥칩니다. 인터넷을 보면 ‘새가구증후군’을 염려하는 엄마 아빠들이 특히 친환경 가구에 관심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 있는 단편적 정보만으론 부족한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독자 여러분께 친환경 원목가구의 선택과 구입에 대한 조언을 드릴까 합니다. 저는 목공 경력이 2년 정도 되고(잘하지는 못하지만요), 책장 벤치 수납장 선반 등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 디자인, 재료 고를 수 있는 공방 가구

최근 자녀들의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원목가구를 구입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가구를 살 때는 재료는 물론 어떤 도료를 쓰는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 신원건 기자laputa@donga.com 촬영협조=나무늘보 공방, www.namunulbo.co.kr
최근 자녀들의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원목가구를 구입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가구를 살 때는 재료는 물론 어떤 도료를 쓰는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 신원건 기자laputa@donga.com 촬영협조=나무늘보 공방, www.namunulbo.co.kr
저는 친환경 가구를 찾는 분들께 소규모 공방에서 원목가구를 구입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기존 가구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공방 주문 가구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선 공방에서 만든 ‘스튜디오 가구’가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공방에 가구를 주문하면 일단 재료가 원목이라 안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재료, 제작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합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 사진을 들고 가서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지요. 심지어 가구에 칠하는 도료까지도 고를 수 있습니다. 메이커 가구에 비해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다는 것 정도가 단점입니다.

원목으로 가구를 바꾸면 집 안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인조목 가구에선 느낄 수 없는 ‘아우라’라고나 할까요. 인간은 원래 숲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까이에 나무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유럽이나 일본 영화를 보면 원목가구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 느낌을 생각해 보시면 될 듯합니다. 제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동호회에선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란 영화를 추천하더군요. 저 개인적으론 영화 자체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소나무는 무른 나무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원목가구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가구의 재료에 대해 아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구용 목재는 크게 하드우드(단단한 나무)와 소프트우드(무른 나무)로 나뉩니다. 하드우드는 주로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벚나무 같은 활엽수, 소프트우드는 소나무 가문비나무 레드파인 같은 침엽수입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소나무는 무른 나무로 분류됩니다. 국산 육송은 비싼 편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드우드가 소프트우드보다 훨씬 비쌉니다.

엄청난 가격으로 일반 고객을 놀라게 하는 것은 하드우드 가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소프트우드 가구는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합니다. 서울 광진구 ‘나무더하기 공방’의 김상규 사장은 “같은 디자인의 가구라도 소프트우드로 만들면 값이 최고 60%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서랍장이나 수납장 같은 보통 생활가구로 쓰기에는 소프트우드도 괜찮습니다. 책상이나 좌탁의 상판만 물푸레나무로 하고 나머지는 미송으로 만드는 것도 실용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모두 좋습니다.

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하드우드는 고무나무 물푸레나무 떡갈나무 순으로 값이 비싸집니다. 고무나무는 무독성이고 값이 싸지만 나뭇결이 밋밋합니다. 공방에 다니는 분들은 나뭇결이 화려한 물푸레나무나 떡갈나무를 많이 씁니다.

소프트우드는 삼나무, 소나무 및 가문비나무(스프러스), 레드파인 순으로 값이 올라갑니다. 요즘 가끔 삼나무로 만드는 가구가 나오는데요. 삼나무는 강도가 약해 다른 나무를 쓸 때보다 두꺼운 목재를 써야 합니다.

목재의 종류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방에서 쓰는 목재는 크게 원목과 집성목으로 나뉩니다. 원목은 통판 그대로의 나무이고 집성목은 나뭇조각을 붙여서 하나의 판으로 만든 것입니다. 원목이 좋긴 하지만 집성목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집성목은 통원목에 비해 틀어짐이 적고 가격이 저렴합니다. 큰 가구를 만들 때는 원목도 여러 조각을 붙여(집성해) 씁니다. 간혹 집성목도 본드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인조목이나 합판에 비하면 본드 사용량이 매우 적습니다.

○ 제작 방법에 따라 가격 차이 크게 날 수도

원목으로 만든 다양한 가구의 모습. 원목가구는 재료와 제작법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소나무 종류가 단단할 거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물푸레 같은 활엽수 목재가 침엽수보다 단단하고 가격이 비싸다.
원목으로 만든 다양한 가구의 모습. 원목가구는 재료와 제작법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소나무 종류가 단단할 거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물푸레 같은 활엽수 목재가 침엽수보다 단단하고 가격이 비싸다.
원목가구의 가격은 제작 방법에 따라서도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가구 가격은 제작 방법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가장 견고한(비싼) 방법은 가구를 레고 블록처럼 만들어 조립하는 짜맞춤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전통가구는 거의 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겨울엔 엄청나게 춥고 여름에 무더운 기후환경에서도 뒤틀리지 않습니다. 물론 짜맞춤 가구는 숙련된 목수가 시간을 많이 들여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견고한 것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연결 블록(도미노)이나 목심을 박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도미노나 목심이 접착 면적을 늘려줘 결과적으로 가구를 견고하게 합니다.

친환경 본드와 나사(피스)를 연결하는 방법은 생활가구에 많이 쓰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가구매장에서 팔리는 가구들도 이 방식으로 많이 만듭니다. 저는 가격과 실제 사용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땐 본드와 나사를 함께 쓰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쉬운 것이 타카(공업용 스테이플러)로 가구를 조립하는 것입니다. 생산자 입장에선 뚝딱뚝딱 빨리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가구의 내구성 측면에선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일반 쇠못을 박아 만든 가구는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못구멍이 헐거워져 가구가 주저앉게 됩니다.

○ 재료만큼 중요한 마감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목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도색 마감입니다. 그만큼 마감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것은 친환경 가구 제작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나무늘보 공방’의 주상현 사장은 “천연물질로 만든 천연도료를 쓰면 유해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보통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가구들은 광택이 나는 도료(우레탄이나 ‘니스’라 불리는 바니시)로 마감을 합니다. 무독성 도료를 쓰면 괜찮은데 가끔 그렇지 않은 도료를 써 가구에서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나오기도 합니다.

공방이나 목공 동호인들은 여러 가지 천연도료를 많이 사용합니다. 소프트우드의 경우 먼저 하도오일(primer)을 발라 목재의 강도를 높인 후 오일스테인으로 색을 입히고 상도 오일을 바릅니다. 오일을 바르면 나무의 색상과 질감을 살릴 수 있고, 이물질이나 과도한 수분의 침투를 막을 수 있으며, 변형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요.

자 이제 정리해 볼까요. 건강에 좋은 원목가구를 잘 사려면 일단 아는 것이 힘입니다. 소프트우드가 재료이고, 친환경 본드와 나사로 조립했으며, 친환경 도료로 마감한 가구를 택하신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한 원목가구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발품을 파는 것도 잊지 마세요. 가구를 주문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과 소재의 가구가 얼마에 팔리는지를 알아두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목공을 하기 전에 주문한 물푸레나무 서랍장은 백화점의 가문비나무 서랍장보다 값이 약간 비싼 정도였습니다. 재료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말이지요.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가구 관련 Tip


● 우리집 주변의 목공방을 찾으려면?
목공 동아리인 ‘우드워커(cafe.naver.com/woodworker)’ 에서 ‘목공방 주소’ 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 원목과 인조목을 구별하는 방법은?
목재 절단면의 나뭇결이 넓은 면의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으면 원목이다.

● 원목가구는 100% 원목만 쓴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변형이 잘되는 부분에는 중밀도섬유판(MDF)이나 파티클보드 같은 인조목을 부분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단, 인조목이 친환경 등급(SEO나 E0,E1, 또는 환경마크 인증)인지를 꼭 확인하자.

● 새 가구 증후군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는?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 살균소독제로 쓰이며 암 발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은 눈 따가움, 두통, 아토피피부염, 비염 등을 일으킨다. 참고로 포름알데히드가 물에 녹는 수용성이란 점을 알아두면 좋다. 밤새 새 가구 위에 물잔을 놓아두었다가 물을 마시면 안좋다는 애기다. 요금에는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측정하는 키트(kit)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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