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8>沈同이 以其私問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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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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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 제8장은 맹자가 齊(제)나라와 燕(연)나라의 전쟁에 개입한 사실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고 해서 후대에 그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당시 맹자는 제나라의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정치에 관한 諮問(자문)에 응하고 있었다. 이때 제나라 신하 沈同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연나라를 정벌해도 좋은지 물었다. 실은 왕명을 받고 찾아왔던 것인지 모른다. 연나라는 지금의 베이징 부근에 있었던 강대국이었다. 그런데 연나라 易王(역왕)의 아들 子쾌(자쾌)는 재상 子之를 신임해서 나라를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신하 노릇을 했다. 맹자는 연나라 왕이 천자의 명령을 받지 않고 왕위를 남에게 물려주어 나라의 紀綱(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연나라를 無道한 나라로 규정했다. 그래서 연나라는 정벌당해 마땅하다고 심동에게 말했다.

이후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하여 子쾌가 죽게 된다. 그러자 사람들은 맹자가 그 정벌을 惹起(야기)했다고 비난한다. 맹자는 연나라가 정벌당해 마땅하다고 말한 것이지,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해도 좋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제나라도 올바른 도리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것은 연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이 장을 以燕伐燕章(이연벌연장)이라 부른다.

燕可伐與는 ‘연나라를 정벌해도 좋겠습니까’이다. 곧 정벌의 정당성이 있느냐고 물은 것이지, 정벌의 성패를 물은 것이 아니다. 與는 의문종결사다. 不得與人燕은 남에게 연나라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與는 授與(수여)의 뜻이다. 受燕於子쾌는 연나라를 자쾌에게서 받는다는 말이다.

‘狗猛(구맹·개가 사나움)이면 酒不수(주불수·술이 팔리지 않음)’라는 성어가 ‘한비자’에 나온다. 송나라의 어느 술집에서 기르는 개가 하도 사나워서 사람들이 그 집의 술을 사러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술집의 사나운 개가 주인의 덕을 가리듯이, 권력 있는 측근이 지도자의 덕을 가릴 수 있다. 어느 시대나 측근이 문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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