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요즘 뮤지컬 ‘나 홀로 관람족’ 최대 31%까지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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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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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세대’ 젊은 마니아 증가 영향

케이팝 스타를 앞세운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혼자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은 공연으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 관객 동원력이 좋은 려욱, 박형식을 한 무대에 세운 특별 공연은 1인 1장 예매율이 27%나 됐다. PMC 제공
케이팝 스타를 앞세운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혼자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은 공연으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 관객 동원력이 좋은 려욱, 박형식을 한 무대에 세운 특별 공연은 1인 1장 예매율이 27%나 됐다. PMC 제공
2∼4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 ‘갈라 콘서트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 지킬&팬텀’. 인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오페라의 유령’을 주요 장면 위주로 편집한 이 공연은 인터넷 예매 기준으로 전체 관객 중 31%가 혼자 극장을 찾은 ‘나 홀로 관객’이었다. 이 공연 외에도 올해 8, 9월 뮤지컬 공연 중 케이팝(K-pop) 스타 려욱(슈퍼주니어)과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을 함께 출연시킨 특별공연 ‘늑대의 유혹 려욱&형식 드림데이’와 감각적인 연출과 노래가 뛰어난 ‘왕세자 실종사건’이 나란히 나 홀로 관객 수 27%를 기록했다. ‘헤드윅’ 부산과 수원 공연을 합치면 혼자 온 관객 비율이 20%를 넘은 뮤지컬 공연이 총 5개나 됐다.

뮤지컬 시장에서 ‘나 홀로 관객’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뮤지컬 표 한 장만 예매하는 비율은 2008, 2009년 7%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10%대로 올라섰고 올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공연을 들여다보면 2007년 1인 1장 예매 비율 1위였던 뮤지컬은 ‘쓰릴미’로, 당시 비율이 22%였지만 2009년 공연 때는 24%, 지난해에는 28%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 비율이 가장 높았던 ‘김준수의 뮤지컬 콘서트’의 경우 41%로 2007년 1위인 쓰릴미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다.

가을바람이 선선했던 18일 경희궁 입구. 이날 저녁 경희궁 내 숭정전에서 공연하는 고궁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관객 중에는 혼자 온 사람이 많이 보였다. 여성 관객 배모 씨(30·의사)는 “뮤지컬은 한 달에 평균 3, 4번 본다. 남자친구와도 가끔 보지만 다른 사람과 시간 맞추고 취향 맞추기 번거로워 거의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배 씨는 “네이버와 다음 등에 있는 뮤지컬 동호회의 장터 게시판에도 표 1장이 많이 나온다. 혼자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달에 공연 8∼10편을 본다는 윤주혜 씨(18·대학생)는 “공연을 자주 보기 때문에 같이 보러 갈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인기 뮤지컬의 경우 좋은 자리가 빨리 동나기 때문에 1장을 예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서 보듯 나 홀로 관객 증가의 바탕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혼자 노는 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인의 시선에 별로 신경 안 쓰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을 집에서 독방을 쓰기 시작한 세대라는 뜻에서 ‘독방 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유독 뮤지컬이 혼자 보는 관객이 많은 것은 마니아층이 두껍기 때문. 혼자 보는 관객이 많은 공연일수록 재관람 관객 비율도 높다.

뮤지컬 표가 비싼 것도 ‘홀로 관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CJ E&M이 최근 일반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성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녀가 공연을 볼 때 한 사람이 부담할 수 있는 최대 티켓 금액(2인 기준)은 ‘15만 원 미만’이란 응답이 많았다. 20대 응답자의 69.5%, 30대 응답자의 54.2%가 15만 원 미만으로 응답했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R석을 기준으로 ‘맘마미아!’가 9만 원, 11월 개막할 ‘조로’가 11만 원이기 때문에 2장을 구입할 경우 이 기준을 크게 넘어서게 된다. 외국인 관객이 증가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외국인은 각자 표를 예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

뮤지컬 ‘헤드윅’ 제작사인 쇼노트의 최나미 과장은 “혼자 공연을 보는 관객은 공연에 애정도 많고 충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입소문도 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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