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20>我는 非堯舜之道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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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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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齊(제)나라 宣王(선왕)의 병문안에도 불구하고 조정에 가지 않고 대부 景丑氏(경추씨)의 집으로 가자, 경추씨는 ‘父子主恩(부자주은), 君臣主敬(군신주경)’의 통념을 근거로, 맹자가 군주를 恭敬(공경)하지 않는다고 은근히 비판했다. 하지만 맹자는 거꾸로, 제나라 신하들이 군주에게 仁義를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不敬의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추씨가 작은 공경에 주목했다면 맹자는 큰 공경을 거론한 것이다. 맹자의 논법에 따르면, 만일 제나라 신하들이 仁義가 훌륭함을 인정하면서도 제나라 왕에 대해 인의를 말할 상대가 아니라고 여겨 왕에게 인의를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크나큰 불경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맹자는 자신은 인의의 이념을 왕 앞에서 늘 開陳(개진)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왕을 공경하는 진정한 자세라고 力說했다.

非∼ 不敢∼은 ‘∼가 아니면 감히 ∼하지 못한다’로, 이중부정을 통해 ‘∼을 항시 ∼한다’고 강조한 표현이다. 堯舜之道(요순지도)는 요 임금과 순 임금이 실천한 仁義의 도, 곧 王道政治의 이념을 가리킨다. 유학자들은 요 임금이 이 도를 순 임금에게 전달했고, 순 임금이 이 도를 禹(우)에게 전달했으며, 우 임금의 뒤로 하나라 湯(탕)왕, 주나라 文王, 武王, 周公, 그리고 孔子가 그것을 이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념을 道統論(도통론)이라 한다. 이 도통론을 명확하게 표현한 글이 당나라 韓愈(한유)의 ‘原道(원도)’다. 不敢以의 以는 ‘∼을 가지고’의 뜻이다. 혹은 敢以, 能以, 足以의 以는 어조를 고를 뿐,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莫如∼는 ‘∼만 한 자가 전혀 없다’로, ∼가 최상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맹자는 또 요순의 도란 孝悌(효제)일 따름이라고도 했다. 결국 요순의 도란 개인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고 가족 공동체를 화목하게 만들며 나아가 사회공동체를 정의롭게 만드는 이념을 포괄한다고 생각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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