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배우 성기윤 “화려한 스타보다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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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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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882회 전회 출연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배우는 때로 조울증 환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무대 위에선 한껏 기분이 고조되지만 공연이 없어 방바닥을 뒹굴 때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음 출연작이 정해지지 않아 1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는 배우도 많다.

“이제까지 한 달 넘게 쉬어 본 적이 없다”는 뮤지컬 배우 성기윤 씨(40)는 이런 점에서 축복받은 배우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인정받는 그는 30일부터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개관작으로 공연하는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도나의 세 남자 중 하나인 ‘샘’으로 무대에 선다. 이 뮤지컬은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지방 공연까지 포함해 총 882회를 공연했다. 이 공연에 전회 출연한 배우로 그가 유일하다. 샘 역으로 680회, 여행작가 빌 역으로 202회 출연했다. 이번 공연을 모두 마치면 총 1090회가 된다. 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처음엔 의아했다. V넥 반팔 티셔츠에 짙은 색 조끼, 샌들에 세로 줄무늬 바지로 멋을 내고 나타난 그가 어찌나 평범해 보이는지. 거기에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니 도대체 이 배우의 ‘일 복’은 어디서 왔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의문이 풀렸다. 그는 스포츠로 치면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다.

“배우는 두 가지 타입이 있어요.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배우와 티켓이 팔리게 만드는 배우. 물론 전 전자에 속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확신에 찬 어조에 다소 쑥스러웠는지 큰 웃음이 따라붙었다.

물론 그도 처음엔 화려한 스타를 꿈꿨다고 했다. 서울 숭문고 2학년 때 배우의 길을 택한 그는 서울예대(옛 서울예전) 연극과 학생 시절 잠깐 현대무용에 빠졌다가 1990년 말 뮤지컬 ‘캣츠’ 앙상블에 발탁되면서 뮤지컬 배우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오디션 같은 건 없고 알음알음으로 캐스팅하던 시절인데 작품 연출하던 김효경 선생님이 한번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엔 키 크고(183cm) 춤도 추는 남자 배우가 드물 때였거든요.” 하지만 10년 넘게 앙상블 배우로 살면서 스타의 꿈도 차츰 잦아들었다.

“연기력으로 외모를 커버한다는 건 아마추어 무대에서나 가능한 거지요. 프로무대에선 외모가 갖는 이미지를 부술 수 없더라고요.” 그는 무대에서 돋보이기 보다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의 길을 택했다.

“동료들이 제게 ‘몸의 반에는 스태프의 피가 흐른다’고 해요. 이젠 대본을 읽으면 내가 맡은 배역보다 작품 전체가 먼저 들어와요. 작품 안에서 각 배역의 역할도 다 보입니다. ‘작품은 안 좋은데 그 배우 정말 잘하더라’ 그런 말 가끔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경우 배우가 너무 튀어서 작품이 망가진 거라고 봐요. 작품이 좋았다는 얘기가 먼저 나와야 성공한 공연이죠.”

그에게 ‘맘마미아!’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서른셋의 나이에 40대 배역 오디션에 응시했다.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 오디션에서 제가 제일 막내였거든요.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 덕을 그때 좀 봤죠.”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한 작품을 오래하는 데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보통 석 달 공연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은 두 달째거든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 달 필요하고 마지막 한 달은 다른 작품에 출연할 생각하느라고 집중력이 분산되죠. 국내는 시장이 작으니까 한 작품을 오래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내가 그런 문화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거죠. 어느 작품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좋은 일이니까요. 그래서 제겐 ‘맘마미아!’가 최우선이에요.”

800회 넘게 출연하는 동안 고비는 없었을까. 강철 체력을 지닌 이 ‘성실맨’은 축구선수 박지성을 연상시킬 만한 답변을 내놨다. “항상 공연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건강이 안 좋거나 하는 것도 다 긴장감이 떨어져서 아니겠어요.”

30일부터 2012년 2월 26일까지. 4만∼11만 원. 1544-155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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