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0>三里之城과 七里之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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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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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한 국가가 존속하고 발전하려면 天時와 地利와 人和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되,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고 했다. 이렇게 전체의 결론을 앞에 제시하고 맹자는 전쟁의 실례를 들어서 天時가 地利만 못하다는 사실, 地利가 人和만 못하다는 사실을 차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三里之城과 七里之郭은 작은 크기의 內城과 外城을 말한다. 三里나 七里는 사방의 둘레 길이를 가리킨다. 훗날 三里之城이라 하면 近衛兵(근위병)이나 援軍(원군)도 없이 고립되어 있는 성을 뜻하게 되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의 형국이 그와 같았다. 郭은 廓(곽)의 본래 글자로, 外城을 뜻한다. 環而攻之而不勝은 環攻而不勝이라 해도 되지만, 그 어조가 훨씬 유연하다. 之는 三里之城과 七里之郭을 가리킨다. 必有得天時者矣는 상대방이 籠城(농성·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킴)을 해서 이쪽에서 오래도록 포위해 공격하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天時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天時는 四季(사계), 氣候(기후), 風水(풍수), 晝夜(주야), 方角(방각) 등 天地自然의 狀態(상태)와 變化(변화)를 가리키기도 하고, 天文五行說에서 말하는 천상의 여러 요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오늘날도 그러하듯, 과거에는 전투를 할 때 반드시 日辰(일진)을 따지고 氣象(기상)을 살폈다. 地利는 지형상의 조건과 인공적인 방어시설을 모두 가리킨다. 是天時不如地利也는 어떤 사실을 정의하는 어법처럼 되어 있으나, 사실상 앞에 제시된 사실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과거에는 地利가 天時보다 낫다는 관점에서, 外侵(외침)에 대비해서 성곽을 修築(수축)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尹善道(윤선도)가 1655년에 海南에 있으면서 효종에게 ‘時弊四條疏(시폐사조소)’를 올려, 그 한 조항에서 곳곳에 山城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러한 논리에서였다. 오늘날에는 국가방위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地利의 문제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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