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40>旣曰志至焉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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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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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告子의 不動心(부동심)에 대해 ‘말에서 이해되지 못하거든 마음에 알려고 구하지 말라’고 한 것은 밖에서 잃고서 안까지 버린 셈이므로 不可하다고 했다. 이어 의지는 지극한 것이고 氣는 그 다음이므로 사람은 마땅히 의지를 공경히 지켜야 하지만 기를 기르는 일도 극진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의지를 잘 잡더라도 기를 거칠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손추가 의문을 품자, 맹자는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지거나 달리는 등의 행동을 예로 들어 氣가 도리어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旣∼又∼는 ‘이미 ∼하고서 또 ∼하다’의 표현이다. 따라서 旣曰∼又曰∼은 ‘이미 ∼라고 말하고서 또 ∼라고 말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앞 호에서 말했듯이 ‘志至焉이요 氣次焉이라’는 ‘의지는 지극한 것이고 기는 그 다음이다’라는 뜻이되, ‘의지가 이르러 가고서 기가 그 뒤를 따른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壹(일)은 專一(전일)함이다. 蹶者(궐자)는 넘어짐, 趨者(추자)는 달림을 말한다.

맹자는 의지의 향하는 바가 전일하면 기가 그 뜻을 따르지만 기의 소재가 전일하면 의지 또한 그에 따라 동요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후자의 예로, 사람이 넘어지거나 달리거나 할 때는 기가 오로지 그 순간의 동작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것이 거꾸로 마음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북송의 학자 程顥(정호)는 의지가 기를 동요시키는 것이 열에 아홉이고 기가 의지를 동요시키는 것은 열에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은 의지만이 아니라 생명력 또한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를 거칠게 만들지 말라고 한 맹자의 가르침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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