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5>曰國君이 進賢호되 如不得已니…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故國이란 喬木이 있는 나라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世臣이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고 말하고, 제나라에는 世臣은커녕 親臣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맹자는 제나라 군주가 이전에 등용한 신하들이 도망을 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자 제나라 선왕은 도망한 자들은 본래 재능이 없는 자들이었는데 어떻게 미리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어 用人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자 맹자는 用人의 문제는 정말로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進賢은 어진 이를 등용한다는 뜻이다. 如不得已는 부득이한 것처럼 한다는 말인데 삼가기를 지극히 함을 뜻한다. 使卑踰尊에서 使는 사역동사, 卑는 사역동사의 목적어, 踰는 목적어의 술어동사이다. 卑는 신분이 낮은 사람, 尊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다. 疏踰戚은 앞에 使가 생략되어 있다. 疏는 친족관계가 먼 사람, 戚은 친족관계가 가까운 사람이다. 可不愼與는 ‘어찌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로 반문의 어법을 통해 자신의 뜻을 강하게 주장하는 말이다.

주자(주희)는 이렇게 풀이했다. 높은 이를 높이고 친한 이를 친히 함은 禮(예)의 떳떳함이다. 그러나 혹 높은 자와 친한 자가 반드시 어질지 못하면 소원한 어진 이를 등용하여 써야 하니 이는 낮은 자로 하여금 높은 이를 넘게 하고 소원한 자로 하여금 친한 이를 넘게 하는 것이기에 禮의 떳떳함이 아니다. 그러므로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근대에는 신분과 친족관계를 禮의 형태로 고착시켜 왔으므로 進賢은 부득이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進賢을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않다. 단, 신분과 친족관계가 아니라 당사자의 정의감과 실천력을 더욱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