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4>曰無傷也라 是乃仁術也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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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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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부엌을 멀리한다는 옛말이 ‘양혜왕·상’ 제7장의 바로 이 단락에서 나왔다. 제나라 宣王(선왕)은 흔鍾(흔종)을 위해 끌려가는 소를 보고는 양으로 대신하게 했는데 백성은 왕이 소를 아까워한다고 여겨 비난했다. 제선왕은 짐승이 死地(사지)로 나아감을 측은하게 여겨 그랬지만 소는 놓아주고 양을 대신하게 한 것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므로 백성의 비난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맹자는 눈에 보이는 소를 놓아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양으로 대신하게 한 것은 仁을 실행하는 교묘한 방법이라 규정하고, 백성들이 비난하더라도 해가 되지 않으리라고 위로했다.

無傷은 해가 되지 않는다, 나쁠 것이 없다, 그러니 괘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君子之於禽獸也는 주제를 먼저 거론하는 구절로, A之於B는 A가 B에 대해 갖는 관계성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이다. 遠은 멀리한다는 뜻의 동사이다. 포廚는 푸줏간과 부엌이다.

맹자는 군자가 산 짐승을 보고는 그 죽는 것을 보지 못하고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는 그 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푸줏간과 부엌을 멀리한다고 했다. 얼른 보면 대단히 편의적인 듯도 하다. 더구나 푸줏간과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은 仁과는 거리가 멀단 말인가? 그러나 맹자의 뜻은, 인간이라면 생명 있는 것을 함부로 쓰지 말고, 보고 듣는 범위 내의 생명들에 대해 우선 차마 못하는 마음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각자의 위치에서 생명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모색해서 실천하되, 특히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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