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끝나지 않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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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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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경계에서’전
토포하우스 ‘분단의 현장’전

이갑철 씨의 ‘전쟁 이후’. 그는 민통선지역과 기갑부대의 훈련장 등에서 살아있는 전쟁의 불안한 기운을 발견한다.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이갑철 씨의 ‘전쟁 이후’. 그는 민통선지역과 기갑부대의 훈련장 등에서 살아있는 전쟁의 불안한 기운을 발견한다.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대구 북쪽에 있는 다부동 지역에선 6·25전쟁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6·25 당시 3만 명이 넘는 누적 사상자를 낸 끝에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던 이 전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가 주명덕 씨는 다부동의 유학산을 찍은 ‘검은 풍경’과 참전용사들의 주름진 얼굴을 통해 감춰진 상처와 슬픔을 기억하고자 한다.

구본창 씨는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101세 어머니, 전쟁기념관에 수장된 총알구멍이 난 철모와 멈춰진 시계 등 전쟁유물의 초상사진을 찍었다. 남아있는 존재를 감정을 절제하며 성실하게 기록한 사진임에도 보는 순간 먹먹한 슬픔이 느껴진다.

8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경계에서’전은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흔적에 대한 역사, 문화, 심리적 고찰을 시도한 점에서 돋보인다. 강운구 최광호 원성원 백승우 난다 등 30∼70대 사진가 10명이 신작을 선보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운이 묻어나는 풍경(이갑철), 젊은 병사들의 인물사진(오형근), 철조망을 주변 풍경과 중첩시킨 입체조형물(고명근) 등 작가들은 각자 개성적 스타일로 오래된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진 현실을 재해석했다.

6·25전쟁 60주년의 의미를 돌아보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10년간 판문점을 출입했던 사진가 김녕만 씨의 ‘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읽다’전도 그중 하나다(30일∼7월 13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열차 안에서 담소를 나누고, 눈길을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남북 대표단 등. 분단을 증언하는 사진임에도 작가의 시선은 증오와 대결의 독한 기운이 아니라 화해와 공존을 열망하는 마음을 향해 열려 있다. 또 경기 고양시의 아람누리미술관에선 9월 26일까지 월북하게 된 화가들과 월남하게 된 화가의 작품을 조명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전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선 12월 26일까지 ‘잊혀진 전쟁, 현실의 분단’전을 마련했다.

사진기자로 10년 동안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취재했던 김녕만 씨의 작품. 사진 제공 토포하우스
사진기자로 10년 동안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취재했던 김녕만 씨의 작품. 사진 제공 토포하우스
전쟁과 분단이란 시대적 상황을 주목한 전시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억의 여정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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