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96>孔子下하사 欲與之言이러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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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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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진다. 공자와 초나라의 거짓 미치광이 接輿(접여)의 이야기는 ‘논어’ 가운데서도 특히 精彩(정채) 있는 일화다. ‘장자’에도 나오는데 ‘논어’쪽이 원형인 듯하다. 접여는 공자의 덕이 쇠하여 세상으로부터 숨지 못하고 미련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다.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면서 노래를 불렀거나, 공자가 묵던 곳의 문 앞을 지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공자는 수레나 堂(당)에서 내려와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접여가 빠른 걸음으로 피했기 때문에, 끝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공자가 접여와 이야기를 나누려 한 것은 어떤 심경에서 그랬을까?

趨는 종종걸음으로 빨리 걷는다는 뜻이다. 그 주어는 접여인데, 생략되어 있다. (벽,피)는 피할 避(피)의 옛 글자다. 與之言의 之는 접여를 가리킨다.

접여의 비판을 들었지만 공자는 세상을 匡正(광정)하려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17세기의 尹휴(윤휴)가 해설했듯이, 공자는 접여를 쫓아가 出處(출처)의 문제를 일러주려고 했으나 접여는 자신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에 피했을 것이다.

杜甫(두보)는 울적한 마음을 푼다는 뜻의 ‘遣悶(견민)’이란 시에서 ‘남에게 의지하기는 진나라 혹과 같고, 만나는 이들은 초나라 미치광이 같아라(倚著如秦贅, 過逢類楚狂)’라고 했다. 진나라 혹이란 표현은 진나라의 가난한 남자가 부잣집 데릴사위로 들어가던 풍습을 비유로 끌어와 타향살이의 괴로움을 말한 것이다. 초나라 미치광이란 표현은 접여의 일을 끌어와 자신은 현실을 광정할 뜻을 버리지 않았거늘 사람들은 은둔을 권한다고 한탄한 것이다. 두보처럼 공자의 심경을 이해해야 ‘논어’를 제대로 읽었다 하지 않을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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