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묘수와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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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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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
준결승 1국 총보(1∼245) 덤 6집 반 각 3시간

‘묘수를 세 번 두면 바둑을 진다’는 격언이 있다. 묘수가 세 번이나 필요할 정도면 형세가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니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묘수란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응급책일 뿐 전체적 안목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수다. 묘수를 안 쓰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도를 보자. 백 1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백이 던진 묘수. 상변 백을 살리거나 우상 흑을 잡는 수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얼핏 보면 흑이 꼼짝없이 걸려든 것 같은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백은 평범하게 ‘가’로 잇는 수가 최선이었다. 이랬으면 부족하지만 아직 흑을 따라잡을 여지가 남아 있었다.

흑이 과감하게 우상 귀를 포기하고 ‘가’로 둔 순간 흑의 승세가 굳혀졌다. ‘가’의 위력은 당시엔 알기 힘들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졌다. 백 1 이후 백이 승리할 기회는 사라졌다.

홍기표 4단은 초반 행마에서 약간 어긋난 이후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는 그의 바둑 인생에 뜻 깊은 사건이 될 듯하다. 그는 첫 정규기전 결승 진출의 꿈을 이뤘다. 기전 결승에 오른다는 건 새로운 경지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묘수와 패착이 한 끝 차이지만 큰 결과 차이를 가져오는 것처럼, 4강에 머무느냐 결승에 오르느냐는 단 한 판의 차이지만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 204·208…8, 205…62. 24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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