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동서양 종교-철학의 소통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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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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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석 마지막 강의 / 류영모 강의·박영호 풀이 / 484쪽·2만2000원·교양인

“이름만으로 구원한다는데, 그저 이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지요! 뜻입니다. …억만 번 예수를 불러보세요. 쓸데없습니다. 그 신조, 그 뜻이 하느님 뜻대로 영원한 생명인 온전한 ‘속알’이 되는 그 뜻으로 살아야 합니다.”

불경, 성경, 동서양 철학에 능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불리는 다석 류영모(사진)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책이다. 함석헌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그가 81세이던 1971년 8월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남 광주의 수도 공동체 ‘동광원’에서 수도사와 수녀들을 상대로 강의한 녹음테이프를 글로 옮겼다.

2000년 이 테이프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1959년 KBS 라디오를 녹음한 것이 류영모의 유일한 육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마저도 훼손돼 듣기 힘들었다. 이 강의는 제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됐고, 녹음테이프는 계속 동광원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맹자가 말하였듯이, 사람은 마음을 다 가지고 있지요. …이왕 이 마음을 쓰려면 마음을 다해서 써야 해요. 마음을 다 쓸 거 같으면 자기 바탈(천성)이 뭔지를 안다, 마음을 다 쓰지 않으니까 그렇지 타고난 마음을 죄다 꺼내 쓰면 하늘이 내신 천성이 거기에 들었다는 거예요. 이게 성경 말씀 아닙니까?”

류영모는 강의에서 ‘맹자’ ‘중용’ 등 동양철학 고전을 통해 예수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읽어낸다. 유교와 불교, 기독교 간 경계를 허물어 하느님은 전체이고, 그 앞에서 남과 나 혹은 종교를 구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느님의 생명인 얼(성령)을 공자는 덕(德)이라 하고, 석가모니는 법(法)이라 하고 노자는 도(道)라고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진정한 믿음을 지닌 이는 생사(生死)와 애증, 욕망의 노예인 제나(자아)를 버리고 진정한 ‘나’인 얼나(참나)로 거듭나야 한다’며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류영모는 사람들이 평소에 살아가며 죽음과 삶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를 이야기한다.

“죽는 것을 너무 겁내지 말아요. 몸이 죽는 것을 걱정하는 걸로 우리의 ‘얼생명’이 자라지 못해요. 할 수 있는 한 죽지 않고 살기만 해야겠다는 것은 육체적인 생각이에요. 그것 다 내버려요. 그리고 얼나로 솟아나는 믿음의 삶, 하느님 아들의 삶길을 밟아 나가요. 그게 믿음이에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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