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27>人能弘道요 非道弘人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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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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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장)은 짧지만 ‘논어’ 전체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 弘은 확장시켜 크게 함이고, 道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리를 뜻한다.

공자는 하늘에 대한 관심을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었다고 일컬어진다. ‘先進(선진)’에서 자로가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사람답게 사는 일도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느냐?”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서 공자는 “사람이 도를 넓혀 크게 한다”고 인본주의 사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때의 道는 추상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道德(도덕) 같은 것을 말한다. 공자의 관점에 따르면 사람 바깥에 도가 없고 도 바깥에 사람이 있지 않기에 도가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중용’에서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과 통한다.

그런데 주자는 心(심)을 사람에게 영속시키고 性(성)을 道에 영속시켜 人心(인심)에는 知覺(지각)이 있으나 道體(도체)에는 作爲(작위)가 없기 때문에 사람이 道를 크게 할 수는 있어도 道가 사람을 크게 할 수는 없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만일 性을 道에 영속시킨다면 道體란 지극히 크고 끝이 없거늘 어떻게 사람이 그것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고 하겠으며, 사람이 도를 배우면 덕의 마음이 드넓어지고 나날이 빛나 커지거늘 어떻게 도가 사람을 크게 할 수 없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귀류법을 통해서 정약용은 心을 사람에 영속시키고 性을 道에 영속시키는 관점이 옳지 않다고 배격하고, 弘道란 성인이 태어나서 천하에 道를 넓히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공자는 추상적인 도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덕의 기능을 성대하게 만드는 인간 의지를 중시하였다.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自覺(자각)하고 도덕의지를 발휘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아 나가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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