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06>君子哉라 거伯玉이여 邦有道則仕하고 …

  • Array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근대 이전의 지식인은 현실 상황에 따라 벼슬을 살거나 벼슬에서 물러나서 時中(시중)을 얻고자 했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에서 공자는 史魚(사어)가 화살같이 곧았다고 칭찬한 뒤, 사어보다는 거伯玉(거백옥)이야말로 時中을 얻었다고 칭송했다.

거백옥은 衛(위)나라의 대부로, 이름은 瑗(원)이다. 공자는 재차 위나라를 방문했을 때 거백옥의 집에 머물렀다. 당시 孫林父(손임보)와 寗殖(영식)이 군주를 시해하려고 하자 거백옥은 모의에 가담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邦有道는 나라에 도가 행해지는 시대, 仕는 벼슬을 살면서 자신의 뜻을 실천함을 말한다. 卷而懷之는 베나 비단을 말아서 품속에 거두듯이 사람들에게 뜻을 드러내지 않음을 말한다. 卷懷(권회)라고 하면 亂世(난세)에 스스로 물러나 뜻을 드러내지 않음을 가리킨다.

종래 학자들은 史魚가 화살처럼 곧기는 했지만 군자의 도를 다하지는 못했다고 여겼다. 史魚와 같이 곧기만 하다면 난세에 자기 뜻을 거두어 품을 수 없으므로 난세에 화를 면할 수가 없다. 이에 비해 거백옥은 出處(출처)에서 성인의 도에 부합하였으므로 난세에도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卷懷란 虛張(허장)하거나 誇大(과대)하지 않음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可라는 글자에 주의하여, 거백옥은 治世(치세)에 卷懷했기 때문에 난세에도 그럴 수 있었다고 보았다. 곧 거백옥은 벼슬 살면서 虛張하거나 誇大하지 않았으므로 난세에도 지난날의 태도를 견지해서 자취를 감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卷懷는 政局(정국)에 편승하여 柔順(유순)함을 가장하는 일이 아니다. 道가 행해지는 시대라면 화살처럼 강직하되 허장하거나 과대하지는 말아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