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 신선한 충격… 한옥 매력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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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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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슈말 독일건축박물관장이 본 한국현대건축展

“개인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국의 도시공간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수준 높은 관공서 건축물을 짓는다면 이것이 실마리가 될 겁니다. 한국은 그렇게 할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페터 슈말 독일건축박물관(DAM) 관장(50·사진)의 이야기는 단호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은 2007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DAM에서 처음 열린 전시회의 귀국전이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전시를 제안했던 슈말 관장이 13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2일 동아일보에 e메일을 보냈다.

“2008년 7월 베를린 독일건축센터, 지난해 에스토니아 탈린 건축박물관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건축사협회 등을 거치며 168일 동안 전시가 이어졌죠. 이런 여정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현대건축의 수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유럽 건축인들이 요청해 생긴 거죠.”

프랑크푸르트 전시를 둘러본 건축평론가 니콜라우스 베르나우 씨는 독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건축가들은 매우 다채로운 방식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증언하고 있다”며 “때로는 혼란스러운 느낌도 주지만 한국 건축은 사회의 문화적 성취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평했다. 슈말 관장은 “TV에서 본 평양의 획일적 풍경을 기억하는 유럽 사람들에게 서울 현대건축의 질감은 신선한 충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수준 높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한국 건축가들이 정작 도시의 공간 형성에 참여하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나라가 가진 건축적 역량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공간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16명의 건축가와 건축사무소가 참여해 2점씩의 작업을 모형 사진 스케치 영상 등으로 소개했다. 슈말 관장은 특히 조민석 황두진 씨의 작업에 주목했다.

“조 씨가 설계한 서울 서초구의 주상복합건물 ‘부티크 모나코’는 이번에 꼭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내부공간 완성도가 외형 디자인만큼 뛰어나다면 세계 건축계에 더욱 널리 소개해야죠. 서울 종로구 ‘가회헌’ 등 황 씨의 한옥 작업에서는 옛 건축의 비밀로 통하는 ‘잃어버린 길’을 찾는 고고학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시는 3월 7일까지. 슈말 관장은 13일 오후 1시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에서 ‘유럽의 눈으로 본 아시아 현대건축’을 주제로 강연한다. 2월 3, 10일에는 관람객과 건축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02-2188-6000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건축전 출품작인 황두진 씨의 서울 종로구 레스토랑 ‘가회헌’. 페터 슈말 독일건축박물관장은 “옛 건축에서 새 길을 찾는 작업은 세계 현대건축의 공통된 추세”라고 했다. 사진 제공 새건축사협의회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건축전 출품작인 황두진 씨의 서울 종로구 레스토랑 ‘가회헌’. 페터 슈말 독일건축박물관장은 “옛 건축에서 새 길을 찾는 작업은 세계 현대건축의 공통된 추세”라고 했다. 사진 제공 새건축사협의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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