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스페인 내전’… ‘그건 사랑이었네’… 놓치면 아쉬울 또 다른 양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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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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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놓치기엔 아쉬운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정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거나 거론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올해의 책’에 선정되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열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등장하고 내면화됐는지 추적한 강명관 부산대 교수의 ‘열녀의 탄생’(돌베개), 병자호란으로 무너진 자존심과 사회질서의 회복이란 책무를 가졌던 17세기 조선 지식인들을 소개한 ‘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푸른 역사) 등이 아쉬운 책으로 거론됐다.

‘스페인 내전’(교양인)은 영국의 전쟁사학자가 20세기 초 모든 이데올로기의 격전장이자 국제적 전쟁이기도 했던 스페인 내전의 복잡다단한 양상을 정리한 책. 김기봉 경기대 교수는 “특히 저자의 역량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미국사회의 노동 빈곤층의 삶을 통해 면밀히 살핀 ‘워킹푸어’(후마니타스) 역시 의미 있는 책으로 꼽혔다.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효형출판)은 건축역사 전문가인 저자들이 경복궁을 비롯해 덕수궁 창덕궁 등의 수난사를 세세히 훑어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근대 100년 동안 진행된 조선왕조 궁궐의 치욕스러운 수난사, 궁궐의 위상을 상실한 역사적 과정을 건축과 인문의 시각으로 잘 파헤쳤다”고 말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지상 최대의 쇼’(김영사), 뉴욕 저널리스트의 귀농기를 다룬 ‘굿바이, 스바루’(사계절)도 추천을 받았다. 각각 “진화가 ‘사실’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쓴 최초이자 마지막 책”(동덕여대 장대익 교수) “환경문제에 대한 유쾌하고 생생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책”(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학 분야에서 아쉬운 책으로는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가 꼽혔다. 한 씨는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며 오지에서 체험한 일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 산문집에 담아내 여러 차례 베스트셀러에 올린 스타 작가. 올 7월 출간 당시 미국 유학, MBC 예능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장을 누빈 활동가로서의 경험보다는 저자 자신의 열정과 꿈, 사랑 등 내면의 솔직담백한 고백에 초점을 맞췄다. 허병두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는 “한비야의 글과 말은 이제 젊은층에게 분명한 역할 모델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남성 독자까지 폭넓게 확보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훈의 신작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도 올해 문학출판계의 중요한 수확으로 거론됐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특유의 미학적 단문 대신 건조한 단문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술, 한국의 술 문화’(선)는 200자 원고지 1만여 장 분량에 1200여 점의 그림을 곁들인 책으로 ‘한국 술 문화에 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술의 어원, 술집의 변천, 술과 민속 등 우리 술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놀라운 자료 섭렵과 탐구욕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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