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 속 유물 다칠라” 1㎡ 작업에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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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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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시대 유물 화수분’ 서해 수중발굴의 모든 것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개흙 제거작업을 하고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수중발굴대원. 얼굴을 완전히 뒤집어씌우는 마스크에는 폐쇄회로(CC)TV가 장착되어 있어 발굴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개흙 제거작업을 하고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수중발굴대원. 얼굴을 완전히 뒤집어씌우는 마스크에는 폐쇄회로(CC)TV가 장착되어 있어 발굴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청자는 물론이고 죽간 게젓 새우젓 멸치젓 된장 메주 녹각 머리빗 볍씨와 좁쌀까지. 서해 바다에서 고려시대 유물들이 끝없이 발굴되고 있다.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첫 수중발굴이 이뤄진 뒤 10여 차례에 걸쳐 10만여 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청자가 주로 나왔지만 현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중인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선 청자를 비롯해 고려인들의 생필품 1400여 점이 쏟아져 나왔다. 서해는 고려시대 유물의 보고인 셈이다.》
이번 마도 발굴은 추위 때문에 15일 종료되고 내년 4월경 재개된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내년 마도 외에도 신안 앞바다 발굴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유물이 발견됐다고 신고가 들어온 지역은 모두 236곳.

○ 발굴 요원의 첨단 장비

태안 마도 앞바다 발굴 인력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원과 수중요원 21명. 이들은 3, 4명씩 조를 짜서 바다에 들어간다. 수중발굴엔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산소 공급 장비. 예전엔 공기탱크를 직접 메고 들어갔지만 2007년부터는 공기탱크를 해상의 발굴선에 두고 호스를 연결해 바닷속에서 산소를 공급받는다. 얼굴엔 풀 페이스 마스크(Full Face Mask)를 뒤집어쓴다. 여기엔 다른 수중요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또 조명등과 폐쇄회로(CC)TV를 달아 발굴 장면을 자동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발굴대원은 고무막으로 만든 잠수복을 입는다. 고무막 내부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많이 뚫려 있어 이것을 입으면 저절로 몸이 뜬다.

○ 수심, 조류와의 싸움

물속에서는 조류의 속도를 이겨내야 한다. 물의 속도가 1노트(시속 1852m)만 돼도 잠수대원은 물살에 밀려 떠내려간다. 이를 막기 위해 발굴대원들은 24kg짜리 납덩어리를 등에 짊어진다. 2kg짜리 납덩이 10여 개를 몸에 다는 사람도 있다. 수심이 10m만 돼도 육체에 가해지는 압력은 육상의 2배. 1시간 작업을 하면 12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서해에서는 상어의 공격에 대비해 상어 퇴치 음파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상어가 싫어하는 음파를 발사하는 기계로, 무게는 2∼3kg이다.

개펄층 단단해 진공펌프 등 동원
밀물-썰물 피해 하루 1, 2시간 작업

수중발굴은 만조와 간조가 멈춘 정조시간(停潮時間)에만 가능하다. 하루 두 차례, 매번 1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기상이 나쁘면 이것도 불가능하다. 수중의 시계(視界)가 불량한 것도 어려운 점. 특히 서해는 물이 그리 맑지 못해 바닷속에 들어가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해양문화재연구소의 문환석 수중발굴과장은 “태안 마도의 경우 시계가 50∼100cm인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 고난도의 수중 발굴

뻘에 묻혀 있는 유물을 찾아내 발굴하는 것도 고난도의 작업. 유물이 묻혀 있는 개펄은 호미질도 어려울 만큼 단단하다. 에어 리프트(Air Lift)나 진공펌프 같은 장비를 이용해 공기를 강하게 쏘아 뻘의 흙을 파헤친 뒤 유물을 인양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청자의 경우는 낫지만 다른 곡물류나 죽간을 발굴하는 것은 긴장의 연속이다.

문 과장은 “이번 발굴에서 볍씨의 경우 잘못 만지면 그대로 부서져버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개흙과 함께 통째로 퍼올렸다. 메주도 우리가 만지는 순간 흩어지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발굴단의 신승구 잠수팀장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작업하다 보면 한 시간에 1m2 나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시간당 30cm2도 못 나갈 때도 있고 1m2 나가는 데 2, 3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낙준 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생명을 걸고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지만 한번 유물이 발견되기만 하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 수중발굴의 최대 매력”이라고 말했다.

○ 발견 유물 소유권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바다와 땅속에서 나온 유물은 모두 국가 소유다. 대신 발견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상금은 전문가들이 유물의 가격을 평가해 정한다. 발견 장소(바다 또는 육상)의 소유자와 발견자는 보상금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 바다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보상금의 절반은 국가가 갖고 발견자에게는 평가액의 절반을 지급한다. 2002년 4월 전북 군산시 비안도에서 고려청자 243점을 발견해 신고한 조모 씨에게 평가액의 50%인 3730만 원이 지급됐다. 청자 한 점의 평가액은 약 30만 원이었다.

○ 수중 발굴 조작

1992년 8월, 해군의 이 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은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서 거북선에 장착했던 무기인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을 발굴하는 개가를 올렸다. 거북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발굴이라는 평가 속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 총통은 발굴 3일 만에 국보 274호로 지정되었다.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6년 6월. 이 총통은 가짜이고 총통 발굴도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진급에 눈이 먼 해군 대령이 골동품상과 짜고 가짜를 만들어 한산도 앞바다에 빠뜨린 뒤 건져낸 것이다. 이 총통은 곧바로 국보에서 해제됐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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