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증조할머니가 골라준 식품을 먹어라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마이클 폴란 지음·조윤정 옮김/288쪽·1만2000원·다른세상

영양주의 미명 수많은 성분 첨가
음식 가장한 가짜식품 범람 지적
“음식 먹되 과식 말고 주로 채식을”
건강한 식사를 위한 실천법 제시

“음식을 먹는 게 옛날처럼 쉽지 않다. 오늘날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음식을 가장한 수천 가지의 물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식료품에 대해 저자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콜레스테롤 무함유’ ‘고섬유질’ ‘저지방’ 같은 과학적 냄새를 풍기는 용어들을 동원해 음식보다 영양소를 앞세우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전작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식품산업의 불투명성을 고발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진짜 음식을 몰아낸’ 장본인으로 영양학자를 지목한다. 영양학자들이 만든 ‘영양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영양주의는 세 가지 해로운 신화를 만들었다. 음식이 아니라 ‘영양’이 중요하다는 신화, 먹을거리 결정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화, 식사는 육체적 건강이라는 협소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신화다.

저자는 마가린을 예로 들어 영양학자들을 공격한다. 1980년대까지 많은 영양학자는 동물성 지방의 폐해를 지적하며 버터 대신 마가린을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1990년대 트랜스지방이라고 하는 해로운 성분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은 이 성분이 함유된 마가린을 멀리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대결’도 예로 들었다. 20세기 말 미국에서 전문가들은 “단백질이 장에 독성 박테리아의 증식을 일으켜 소화에 해롭다”고 주장하면서 탄수화물을 유익한 영양소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오늘날 탄수화물은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영양소끼리 ‘대결’을 벌이는 동안 음식 자체는 점점 뒷전으로 내몰렸다.

저자가 지적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랐는데도 사람들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저지방 돼지고기, 저지방 쿠키를 더 많이 먹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더 뚱뚱해졌다. 영양학의 이 같은 한계에 대해 저자는 ‘이 영양소를 투입하면 이런 생리작용이 일어난다는 식의 기계론적 계산’을 우선 꼽는다. 유전과 환경에 따라 사람들은 매우 다르다는 변수를 반영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건강한 식사 방법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사도 예로 든다. 지중해 사람들처럼 올리브기름을 많이 먹고, 고기보다 생선을 많이 먹으면 건강해질까라는 의문에 대해 저자는 “지중해 사람들은 육체노동을 많이 하고, 그리스정교회의 신자들로서 자주 단식을 하며, 무엇보다 미국인에 비해 칼로리 섭취가 훨씬 적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식사와 관련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큰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영양주의의 충고를 받은 지 30년이 흘렀지만 더 뚱뚱하고 더 많이 아프고 더 심한 영양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양주의 때문에 잃어버린 ‘진짜 음식’과 ‘진짜 식사’를 되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무척 단순하다.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주로 채식을 하라”는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한 실천 방식으로 그는 몇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식품을 고를 때 ‘증조할머니라면 이 제품을 골랐을까’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전통적인 식단을 꾸렸던 증조할머니라면 함유 성분이 익숙하지 않고 성분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거나 함유 성분이 다섯 개가 넘는 식품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음식을 먹으라’는 말에는 간식을 최대한 줄이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요즘엔 음식을 우적거리고 청량음료를 홀짝이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무엇을 먹든 식탁에서 먹는다’고 결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과학을 앞세운 식사는 사회적 삶으로부터 식사를 분리시켰고, 식사의 즐거움을 빼앗아 버렸다”면서 “우리가 건강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선 진짜 음식과 식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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