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 밥보다 달콤하네요”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15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제1차 시민 교양강좌 ‘아름다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본 교양과 상상력’ 첫 번째 강의에서 수강생들이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앞줄 오른쪽)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강좌에서는 서울대 교수들이 정치, 경제, 생명공학, 철학 등을 4주간 총 20회 강의한다. 김재명  기자
15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제1차 시민 교양강좌 ‘아름다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본 교양과 상상력’ 첫 번째 강의에서 수강생들이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앞줄 오른쪽)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강좌에서는 서울대 교수들이 정치, 경제, 생명공학, 철학 등을 4주간 총 20회 강의한다. 김재명 기자
서울대 ‘제1차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 현장 가보니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의 실제 모습과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예술가는 자연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요?”

15일 오후 7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의 한 대형 강의실.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한 직장인 남성부터 친구와 나란히 앉은 중년 여성까지 캠퍼스에서는 평소 보기 어려운 이들이 262개의 좌석을 가득 채웠다.》

40대 넥타이족-50대 평범한 주부 등
대형강의실 260여개 좌석 가득 채워
지나온 날 되돌아보고 미래 계획
전문지식 보다 기초소양교육 욕구 커

이들은 이날 시작한 서울대 사회과학대 주최 제1차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 ‘아름다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본 교양과 상상력’의 수강생. 서울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하는 교양강좌로 주 5회 2시간씩 4주간 진행한다.

첫 강의 ‘과학기술 발전과 인류의 장래’를 맡은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는 우주 물질 인간을 연결해 물리학의 개요를 살폈다.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우주 사진, 우리 은하의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통해 우주와 물질의 생성 변화를 보여줬다. 또 중성자와 소립자, 엔트로피 등 기초개념부터 나노공학 바이오공학을 비롯한 최근의 과학적 성과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과학과 사회에 관해선 북한 핵으로 관심이 높아진 탓인지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차이를 묻거나 과학자의 가치중립성이 실현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날 강의는 예정 시간을 넘겨 오후 9시 20분경 마무리됐다.

강의 시작 30분 전에 와서 자리를 잡은 주부 정선진 씨(53)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읽고 있었다. 정 씨는 “약학을 전공해 원자나 분자 같은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배웠는데도 (공부한 지) 오래되다 보니 내용이 어렵다”며 “내일 강의에 관한 책은 오늘 밤부터 읽어야 할 것 같다”고 열의를 보였다.

섬유업에 종사한다는 민경복 씨(49)는 강의를 듣기 위해 퇴근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민 씨는 “내 분야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일과 삶에서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며 “한두 분의 강의만이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다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수강생 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96명 중 50대는 48명, 40대는 33명으로 40, 50대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했다. 최종학력은 학부 졸업이 54명, 석사 졸업이 23명이었다. 직업은 회사원이 25명, 자영업이 23명으로 나타났다. 강의를 듣는 이유는 ‘사회생활 속에서 일정한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시대 지성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는지 기대된다’ ‘대학 졸업 후 고갈됐다고 느끼는 지적 욕구를 채우고 싶다’ 등 다양했다.

이번 강좌의 주임교수인 김세균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은 “수강생 80% 이상이 사회생활을 상당 기간 해 온 40, 50대”라며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보다도 자기 삶을 성찰해보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기초소양 교육의 욕구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외에도 계명대, KAIST 등 여러 대학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열고 있다. 계명대의 ‘목요철학세미나’는 1980년 처음 시작돼 이번 학기까지 총 513회를 이어왔다.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민주주의나 지구 온난화 등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관련 주제도 자주 등장한다. 올해 2년째인 KAIST의 ‘시민인문강좌’는 대전지역 이공계 연구원을 대상으로 기획했는데 현재는 시민이 수강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강좌에는 평균 30여 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평균 40∼50명이 참여한다. 총괄책임자인 시정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주부나 연세 있는 분들 중에 이런 강좌에 대한 갈망이 많다”며 “작년 이후 입소문이 나 청강 여부와 강의 일정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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