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쇼닥터…디벨로퍼…드라마터그… 뮤지컬계 신종직업 뜬다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쇼닥터(show doctor), 디벨로퍼(developer), 드라마터그(dramaturg)….

요즘 뮤지컬 공연의 제작진 목록을 보면 볼 수 있는 낯선 직함이다. 이들은 프로듀서 연출자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조언을 하는 뮤지컬계 신종 직업이다.

‘쇼닥터’는 공연 개막 이후 공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에 대해 도움말을 내놓는다. 국내에서는 해외 진출을 했거나 계획 중인 ‘점프’ ‘난타’ ‘브레이크 아웃’ 등에서 쇼닥터를 고용했다. ‘내수용’으로 제작된 작품을 ‘수출용’으로 만들기 위해 외국 정서에 맞게 가다듬는 작업을 하며 주로 외국인 프로듀서가 맡고 있다.

‘점프’와 ‘브레이크 아웃’ 제작사인 예감은 “막상 만들고 해외로 나가려고 하니 외국 관객들을 어떻게 겨냥할까 고민 중에 스페인 연출가인 다비드 오톤 씨를 쇼닥터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디벨로퍼’는 뮤지컬이 처음 태어날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작품의 방향 설정, 연출진 구성 등에 대해 프로듀서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가 뮤지컬 ‘하이 스쿨 뮤지컬’의 디벨로퍼로 참여했다. 조 씨는 “흥행성이 불투명한 작품의 성공률을 1%라도 올리게 해주는 작품의 안전장치이자 신인 창작자 발굴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와 비슷한 개념”이라며 “2006∼2007년에 국내 창작 뮤지컬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디벨로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에서 시작한 ‘드라마터그’는 외국 번안극의 경우 작가와 번역가의 중간 역할을 맡는다. 글을 쓰진 않으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자료를 찾아주거나 번역의 방향을 정한다. 창작뮤지컬 ‘영웅’의 성기웅 씨와 뮤비컬 ‘마이 스케어리 걸’의 이재준 씨 등은 창작 뮤지컬 작품의 드라마터그로 활동 중이다.

뮤지컬계에서 이 같은 신종 직업군은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역할이다. 국내에서 쇼닥터 디벨로퍼가 등장한 것은 뮤지컬계의 세분화 전문화 양상을 보여준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학과 이유리 교수는 “롱런 비즈니스인 뮤지컬에서 무대를 오래 버틸 수 있는 생명력이 관건”이라며 “쇼닥터 등의 등장은 국내 뮤지컬이 전문성에 대한 검증과 수정 작업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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