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초우량기업 꽃피운 가족경영의 비밀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을 만든다/대니 밀러, 이사벨 르 브르통 밀러 지음·김현정 옮김/444쪽·1만6000원·황금가지

뉴욕타임스와 카드 제조업체 홀마크, 리바이스, 에스티로더, 가구회사인 이케아, 월마트…. 2003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35%와 1996년 미국 근로자의 60%가 일하는 직장. 이들의 공통점은 가족이 경영하는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가족기업의 폐해를 강조해 온 여러 연구자의 시각과 달리 가족기업의 장점을 살린 장수기업의 사례를 통해 이 시대 기업 성공요인을 새롭게 조명한다.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경영전략을 연구해 온 저자들은 20년 이상 시장점유율 1, 2위를 기록하며 업계를 이끌어 온 40개 가족기업을 분석했다.

장수 가족기업을 보면 ‘4C’라는 업무 우선순위가 있다고 한다. 연속성(Continuity), 공동체의식(Community), 사업 파트너 등과의 관계(Connection), 리더의 지휘(Command)다.

‘연속성’은 오랜 기간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하는 과정과 관련돼 있다. 미쉐린타이어로 유명한 프랑스의 미슐랭 가문은 ‘여행을 더 안전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만든다’는 사명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개발에 투자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는 타이어를 개발해냈다. 뉴욕타임스는 1978년 적자 상황에서도 편집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업계 최초로 과학면을 만드는 모험을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을 달성하려 했던 설즈버거 가문의 투자는 1980년대 중반 판매부수와 광고 매출 증가로 돌아왔다.

‘공동체 의식’은 종업원이 회사에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 홀마크를 창업한 홀 가문은 ‘따뜻한 삶’이라는 가치 기준으로 직원을 뽑고 사내 대학에서 그런 가치를 교육한다. 회사는 직원 자녀의 양육 지원과 가족 상담 프로그램 운영, 자선활동을 벌이며 생활 속에서 가치를 실천하려고 한다. 미국의 의류업체 L L 빈(Bean) 창업자는 ‘자연 친화’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자원재활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친환경적 제조방법을 개발하도록 한다. 정년보장이나 복지혜택은 이들 회사가 일체감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

사업 파트너와 납품업체의 협력적인 ‘관계’도 많은 가족기업의 특징이다. 건설업체 벡텔이 진행하는 사업의 75% 이상은 오랜 동반자들로부터 수주한 계약. 중동에서 막대한 계약을 수주해 온 벡텔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오랜 공조 관계를 맺어왔다. 이케아의 창업자는 사업 초기부터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공장시설 현대화와 기술훈련을 지원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받았다.

리더의 결단력과 결부된 ‘지휘’의 중요성도 두드러진다. 약국에서 립스틱을 팔던 1940년대 중반 미국, 에스티로더는 백화점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해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다. 코닝이 유리 가공업체에서 출발해 최초의 전구를 만들고 광섬유 분야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재량권을 갖고 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한 창업자 호턴 가문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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