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하우징]<6·끝>서울의 은평뉴타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1지구 6단지 앞길.

주부 이은교 씨(42)가 우체통처럼 생긴 회색 쓰레기 수거장치 감지기에 종량제봉투 바코드를 갖다댔다.

그러자 수거장치 문이 열렸고 거기로 밀어 넣은 봉투는 공기압에 의해 지하 수송관을 따라 2.9km 떨어진 뉴타운 초입의 ‘환경플랜트’ 폐기물저장조로 빨려 들어갔다.

보통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종량제봉투 수거함이 이곳에는 없다.》

유럽식 ‘중정형 건물’ 배치… “친환경 생태도시로”

이 씨는 “종량제봉투를 가득 채우는 즉시 수시로 버릴 수 있어 편리하다”며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지만 집 안팎 환경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은평뉴타운은 친환경 시스템에 주안점을 두고 2002년 착공해 지난해 5월 전체 3개 지구 중 1지구를 완공한 퍼블릭 하우징이다.

전체 대지면적은 349만2000m²에 이른다. 2011년까지 3개 지구, 1만6172채를 완공할 예정이다.

하루 48t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플랜트는 은평뉴타운의 친환경 시스템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환경플랜트 감리단장인 류인환 벽산엔지니어링 상무는 “쓰레기를 소각해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지역난방공사에 판매해 시설 유지비에 보탤 계획”이라며 “혐오시설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건물 입면 외관에 공을 들이고 견학 프로그램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은평뉴타운 프로젝트의 요지는 북한산 창릉천 진관천 등 주변 자연환경의 장점을 살려 전원마을 같은 생태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자연환경에 덧붙여 습지와 실개천 등 생태공간을 조성해 녹지 점유율이 전체 대지면적의 30%를 웃돈다.

천혜의 퍼블릭 하우징 입지조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사업 주체인 SH공사는 건원, 토문, 아키플랜 등 9개 건축사사무소와 협력해 다양한 주거계획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보편적인 판상(板狀·널빤지)형 아파트를 지양하고 건물 중앙에 외부공간을 배치한 중정(中庭)형 공동주거를 만들었다.

건물 높이를 6∼15층으로 낮춰 자연과 어우러진 쾌적한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는 “유럽의 보편적 퍼블릭 하우징 요소인 중정은 한국의 전통적 건축 요소인 마당 개념과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곳 상인들이 주말에 함께 도로를 청소하고 주민들이 환경 개선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건축 요소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의 중정형 건물은 평지에 세워져 있다. 경사진 용지에는 계단식으로 아래층 옥상을 위층 가구의 테라스로 활용하는 건물을 올렸다. 수요가 몰리는 지하철역 부근에는 타워형 건물을 배치했다. 각양각색 입면을 가진 건물들의 가구 평면계획 종류는 모두 163개. 39∼167m²의 평면들은 다채로운 가족 구성을 지닌 입주자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임대가구를 분양가구와 분리하지 않아 입주자 간 위화감 조성을 피했다.

단지 내 통행로 곳곳에는 보행자를 배려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폭 20m 생활가로의 자동차 통행로는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있어 속도를 올리기 어렵다. 이날 상가 앞쪽 자전거도로에서 만난 김금민 씨(64)는 “보도 턱이 낮아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도 수월하다”며 “걷다가 잠시 기대앉으면 낮은 건물 위로 하늘과 산을 넉넉하게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우회도로 2012년 개통 교통문제 해결”▼

김효수 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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