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공익 조화된 공화주의, 反시장 아니다”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사진 제공 곽준혁 교수
사진 제공 곽준혁 교수
《필립 페팃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64·사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로마 공화주의(Neo-roman Republicanism)’ 이론가다.

그가 펴낸 ‘공화주의’(1997년)는 공화주의 저작 중 가장 체계적인 이론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곽준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41)가 국내 처음으로 페팃 교수와 e메일 대담을 진행했다.

이 대담은 10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학술지 아세아연구 52권에 실린다.

대담 중 핵심 내용을 재구성했다. 》

‘신로마공화주의’ 이론으로 세계적 주목받는 필립페팃 교수e메일 대담

로마 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의 공공성을 조화시킨 사상이다.

기존 시민적 공화주의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강조한 나머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받은 데 비해 신로마 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동체, 시민의 덕성 등 공화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신로마 공화주의의 핵심은 ‘비지배(non-domination) 자유’다. 지배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간섭받지 않는 것을 ‘자유’로 정의해, 실제로 간섭받지 않으면서도 의지를 강요당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한 반면 신로마 공화주의는 지배받지 않는 것을 ‘자유’로 정의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자의적 지배를 막기 위한 공공의 합의되고 허락된 간섭은 개인에게 의지를 강요하지도 않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다.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합의된 간섭은 지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좌우 이념의 갈등을 조정할 대안으로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랜 역사의 공화주의를 성찰없이 받아들인 탓에 배타적 애국심이나 시민의 정치참여를 감정적으로 강조하는 도구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곽준혁=교수님의 ‘비지배 자유’ 개념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두 사상가로부터 가장 사려 깊은 공화주의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지배 자유’ 개념은 자유주의의 ‘간섭받지 않을 자유’와 어떻게 다른가.

필립 페팃=자유는 간섭받지 않는 게 아니라 자의적 지배를 받지 않을 때 얻어진다. 자유주의자는 간섭만이 자유를 빼앗는다고 생각하지만 오류다. 사회적 관계에서 실제 간섭 없이도 감독(invigilate)과 위협을 통해 자유가 축소될 수 있다. 반면 헌정적, 민주적으로 조직돼 시민의 지지를 받는 국가가 법을 제정하고 세금을 부과하며 범죄행위를 처벌할 때 행사하는 간섭은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다. 사적 지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민주적 제한인 국가의 간섭은 도둑이나 침략자의 간섭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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