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속 이야기 20선]<19>우리 민속신앙 이야기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장승과 솟대, 서낭당, 미륵불 등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가장 원초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민속 신앙의 상징물들. 그러나 당당한 신앙이자 믿음이었던 신앙물들이 미신으로 치부되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장승-서낭당에 담긴 소박한 믿음

잡귀를 막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웠던 장승,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가까운 야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미륵불, 높은 산을 신성하게 여겨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던 산신 신앙….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민속 신앙의 원형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민족의 의식 속에 남아 있던 문화 자산들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춰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믿음의 면면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1부는 장승을 비롯해 서낭당, 미륵불, 솟대에 관한 것이다. 요즘도 시골마을이나 큰 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장승이나 이끼 낀 돌장승에는, 이들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이라고 생각한 선조들의 소박한 믿음이 담겨 있다. 장승은 홀로 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 쌍으로 세운다. 장승의 얼굴이 무서운 이유는 잡귀의 부정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장승은 신라 말기 풍수도참 사상의 유행에 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것은 조선 후기부터다.

서낭당은 고을의 수호신을 모시거나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사당이며 미륵불은 미래에 이 땅에 나타나 백성들을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만든 부처다. 미륵불에는 억압과 고통을 극복하려는 농민들의 소박한 종교적 믿음이 서려 있다. 솟대란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긴 나무나 돌기둥 위에 앉힌 마을의 수호신이다. 농사가 잘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마을 공동으로 세웠다고 한다.

2부에서는 풍수지리설, 정감록, 동학에 대해 설명한다. 산과 땅의 모양을 살펴 도읍지나 집, 묘지 등을 정하는 풍수지리설은 고려시대 가장 유행했다. 풍수지리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왕건은 ‘훈요십조’에서 정해진 곳이 아니면 사원이나 탑을 함부로 짓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원은 모두 도선이 고른 자리에 세웠는데 이를 비보사찰 또는 비보탑이라고 한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대표적인 비보탑이다.

‘정감록’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사회 혼란의 와중에서 유행한 도참서다. 지금까지 10여 종이 발견됐지만 누가 지었는지, 무엇이 원본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왕조와 현실을 부정하는 이 책은 신비하고 황당무계한 예언서지만 조선 후기 민중이 염원했던 이상 세계를 제시한 사상이기도 하다.

서학인 천주교에 맞서 유불도의 교리를 토대로 만든 동학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미륵불의 배꼽에 있는 비결을 꺼내면 새 세상이 열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동학교도들이 비결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는 ‘동학사’의 회고록도 눈길을 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미륵불은 전북 고창군 선운사 중턱 도솔암 가는 길의 절벽 바위에 조각돼 있다. 제3부에서는 무속신앙, 산신 신앙, 풍어제, 도깨비 등에 대한 내용이 수록됐다.

민속 신앙마다 그에 해당하는 전설과 관련 사료가 덧붙어 있어 흥미와 이해를 더한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차츰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민속 자산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기에 좋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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