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 연구]<15>‘난중일기’ 전문가 노승석 교수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영웅 아닌 ‘인간 이순신’도 매력적”

박사학위 과정에 있었던 서른여섯 살 때(2005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완역본’(동아일보사)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난중일기(亂中日記) 중 알려지지 않았던 32일분이 담긴 충무공유사 일기초(忠武公遺事 日記抄·현충사 소장)를 발견했다.

난중일기 전문가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노승석(40·사진) 대우교수다. 그가 최근 난중일기 친필 초고본과 여러 이본(異本), 이순신 장군 관련 문헌들을 비교 대조해 ‘21세기 정본(定本) 난중일기’를 완성했다.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난중일기의 교감(校勘)학적 검토’가 그것이다.

이번에 노 교수가 이본 중 초고본을 오독한 부분을 바로잡고, 초고본 중 알 수 없었던 것을 새로 찾아낸 부분이 80여 곳에 이른다.

지도교수인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친필 초고본 이후 지금까지의 난중일기 중 가장 완벽하다”며 “읽기 어려운 초서를 젊은 학자가 다 판독해 냈다”고 말했다.

난중일기의 친필 초고본은 흘려 쓴 초서로 돼 있을 뿐 아니라 40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돼 판독이 까다롭다.

난중일기의 이본은 필사본 난중일기 325일분(충무공유사 일기초·1693년 이후), 최초 활자본인 정조시대의 전서본(全書本) 난중일기(1795년), 1935년 조선총독부 산하의 어용학술단체인 조선사편수회가 1935년 간행한 난중일기초(草) 등 10건에 이른다. 노 교수는 여기에 20세기에 나온 난중일기 번역본 30여 건과 이순신 장군 관련 문헌들을 다 뒤졌다.

“일기를 한 줄 읽을 때마다 지금까지 나온 이본을 다 확인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이제 초고본에서 판독할 수 없는 부분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난중일기 정본에는 각주가 2170개다. ‘21세기 정본’이 초고본과 여러 이본에는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일일이 밝혔다. 연구에 5년이 걸렸다.

전서본 난중일기의 선행본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순신 장군의 현손(玄孫·증손자의 아들)인 이홍의가 이순신 관련 기록을 모아 1716년 ‘충무공가승(忠武公家乘)’을 펴냈으며 전서본 난중일기는 충무공가승의 내용에 난중일기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초서 해독에 뛰어난 한문학 전공자였던 노 교수는 2004년 문화재청의 국가가록유산 정보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난중일기 초고본을 판독할 기회를 얻었다.

“전란 중이라 휘갈겨 쓴 대목이 많았지만 장군의 인간적 면모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난중일기의 이본들을 접하면서 오류가 거슬렸다. 지금까지 이순신 관련 문헌 정리와 연구는 지난해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가 펴낸 6권짜리 ‘충무공이순신사료집성’(위원장 손풍삼)을 제외하고 거의 없었다.

“해전의 영웅적 측면이 부각돼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알 수 있는 난중일기에 대한 분석은 엄밀하지 못했습니다. 그 가려졌던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고 싶습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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