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96>季文子가 三思而後行하더니 子聞之하고…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季文子가 三思而後行하더니 子聞之하고 曰, 再斯可矣라 하다

‘논어’ 公冶長(공야장)편의 이 장에서 공자는 優柔不斷(우유부단)을 경계하였다. 季文子는 魯(노)나라 대부로 이름은 行父(행보, 행부가 아님)이다. 文子는 죽은 뒤에 조정에서 내린 諡號(시호)이다. 높은 벼슬로 있으면서 사사로이 재물을 쌓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思慮(사려)가 깊어서 정치를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三思(삼사)는 여러 번 거듭거듭 생각한다는 뜻이다. 而後(이후)는 ‘∼한 뒤’라는 뜻으로, 以後라고 적어도 좋다. 선생을 뜻하는 子는 여기서는 공자를 가리킨다. 之(지)는 앞에 나온 전체 말을 가리킨다. 曰(왈)은 말씀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흔히 ‘가라사대’라고 풀이했다. 再斯可矣(재사가의)의 再는 꼭 두 번이란 뜻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는 말고 적당하게 거듭’이라는 정도의 뜻이다. 斯는 ‘이에’로 풀이하는데, 則(즉)과 쓰임이 같다. 可(가)는 ‘옳다, 좋다’는 말이다. 矣(의)는 문장 끝에 오면 단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이 장에 대해 주자(주희)는 善行을 하는 사람이라도 서너 번 생각하다 보면 사사로운 마음이 일어나 헷갈리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런데 명나라 말의 李贄(이지)는 주자를 비판했다. 계문자는 대부의 병사를 몰아다가 齊(제)나라를 공격한다든가 노나라에 弑逆(시역)이 일어났을 때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그에 따르면 공자는 “계문자가 멋대로 군사를 일으킨 일과 역적에게 붙은 일을 보면 두 번 생각도 하지 못했거늘 어찌 세 번 생각한 뒤 실행한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셈이다. 정약용은 이지의 설에 동조했다. 어느 풀이를 따르든, 思慮(사려)의 지나친 綿密(면밀)함보다 실천의 果斷(과단)을 중시했다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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