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서 ‘현대시 100년 전국시인대회’ 열려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바다는 詩… 시인은 바다

“텨-ㄹ썩, 텨-ㄹ썩, 턱,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泰山 갓은 놉흔뫼, 딥태 갓흔 바위ㅅ 돌이나/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8일 오후 전남 여수 디오션리조트 오도동홀. 1908년 ‘소년’지에 발표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시극 공연과 함께 낭송되는 가운데 한국시인협회(회장 오탁번)가 주최하는 ‘현대시 100년 전국시인대회’가 열렸다.

‘바다가 시인을 부른다’는 주제로 8, 9일 열린 이번 행사는 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 현대시 근저에 흐르는 ‘바다’의 심상을 불러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김남조 이근배 서정춘 이생진 시인 등 전국에서 250여 명의 시인이 참가했다.

오 회장은 인사말에서 “현대시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게 된 시점에서 바다와 관련된 우리 시사적 맥락을 여수 바닷가에 와서 짚어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은 “50여 년간 시인협회와 더불어 지내왔지만 이런 대규모의 인원이 이토록 멀리까지 와서 모인 것은 처음이다. 바다의 아름다움, 이 땅의 뜨겁고 절실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 앞바다를 발치에 둔 이곳에서는 이틀간 학술 세미나와 축하 시낭송, 국악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현대시에 있어서 바다 심상의 형성 전개’에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에서 바다는 새 시대를 열어주는 문명개화의 상징이고 소년은 그것을 담당할 주역”이라며 “근대화와 반제를 상징하는 바다의 심상은 임화, 김기림 등의 시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등 바다와 섬을 찾아다니며 시를 쓰는 이생진 시인은 ‘섬, 고독을 위하여’라는 발제문에서 자신의 문학 속에 깃든 바다의 의미를 짚어내기도 했다.

소리꾼 제정화 씨의 수궁가 공연과 문인수, 박희진, 허형만 시인의 시 낭송도 이어졌다. 시인들은 9일 오전 여수 앞바다에서 선상 유람 및 시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근배 시인은 “이제 여수는 동백꽃이 아름답다거나 만선의 깃발을 드는 한적한 마을이 아니라 2012년 엑스포 개최로 세계 물류의 허브로 날개를 펴는 고장인 것 같다”며 “바다를 늘 가슴에 짊어지고 살아온 시인들이 바다로 뻗어나가는 전진기지에 모여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시인협회는 바다를 노래한 최남선, 김기림 등 작고 시인들과 현역 시인 130여 명의 작품을 모아 ‘바다가 시인을 부른다’(혜화당)를 함께 펴냈다.

여수=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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