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선 꿈이 곧 우주와의 교감”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중국의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꿈 사례 773개에 대한 해석을 실은 중국의 고전 꿈 이론서 ‘몽점일지’를 번역한 김재두 세명대 겸임교수. 전영한 기자
중국의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꿈 사례 773개에 대한 해석을 실은 중국의 고전 꿈 이론서 ‘몽점일지’를 번역한 김재두 세명대 겸임교수. 전영한 기자
中 고전 꿈 이론서 ‘몽점일지’ 첫 번역 김재두 교수 인터뷰

《꿈을 꾸는 이유를 분석하고 꿈의 내용을 해석한 중국의 고전 꿈 이론서 ‘몽점일지(夢占逸旨)’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한의학과 불교학을 공부한 한의사의 10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책 제목은 ‘꿈을 점칠 수 있는 뛰어난 가르침’이라는 뜻. 중국 명나라 때 난주((난,란)州)를 다스리는 지주(知州)를 지낸 진사원이 1562년에 쓴 것으로 중국에서 꿈 이론서로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책이다. 번역자는 한의사이면서 세명대 한의학과에 출강하는 김재두(57) 겸임교수.》

“병리현상으로 본 서양보다 형이상학적

매일 6시간씩 번역… 꼬박 11년 걸렸죠”

그는 “현대식 중국어로도, 일본어로도 번역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원전이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번역에 착수해 매일 6시간씩 번역에 매달렸다. 김 교수는 “춘추전국시대 원문을 비롯해 까다로운 문장들이 한둘이 아닌 데다 글자 하나가 수십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도 많아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힘든 작업에 도전한 것은 꿈에 관한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물고기가 되는 꿈, 칭기즈칸의 부하로 전쟁에 참여하는 꿈처럼 기이한 꿈을 많이 꾸면서 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의사를 하면서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동양사상에 심취한 그는 동양사상의 테두리에서 꿈을 연구하겠다는 생각에 관련 책을 찾던 중 1993년 서울 서대문구의 중국 도서 전문서점에서 ‘몽점일지’와 마주쳤다.

“책을 보는 순간 꿈에 관해선 동양에서 유일무이한 책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책에는 773개의 꿈 사례가 등장한다. 한고조, 당태종 등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의 사례다. 진사원은 ‘사기’ ‘한서’ ‘시경’ ‘예기’ ‘춘추’ ‘금강경’ 등 311종의 문헌에 실린 사례들을 끌어모았다.

사례로 나온 꿈 가운데는 ‘예지몽(豫知夢)’이 많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

측천무후의 아버지는 어느 날 꿈에서 옥황상제를 만났는데 옥황상제는 “미랑(측천무후)은 내 딸”이라고 말한다. 얼마 뒤 측천무후는 황제가 됐다. 삼국지의 장수 관우는 맥성에서 오나라 군사와 대치할 때 돼지에게 다리를 물리는 꿈을 꿨다. 다음 날 그는 맥성을 빠져나오다 덫에 걸려 사로잡힌 뒤 목숨을 잃는다.

수나라 초대 황제인 문제는 황제가 되기 전 꿈속에서 주먹을 쥔다. 꿈을 꾸고 나서 얼마 뒤 그는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다. 당나라의 고종이라는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어머니의 하체를 보는 꿈을 꿨다. 김 교수는 “어머니의 하체는 출생을 의미한다”면서 “고종은 꿈을 꾼 직후에 새롭게 태어나듯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말했다.

해몽의 전반적인 경향을 보면 중국에선 같은 발음을 따지는 방식으로 꿈을 해석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시체를 담는 관(棺)은 관운(官運)을 의미하며, 강물이 말라 있는 상태(無水)는 목숨을 잃는 것(無壽)을 경고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한 중국인들의 해석은 지크문트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서양의 해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서구에선 꿈을 인간의 생리현상, 병리현상으로 보는데 옛 중국인들은 인간이 우주의 주재자인 진재(眞宰)와 감응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좀 더 형이상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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