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위 ‘광고 탄압-언론인 해임 연관’ 결론 사실과 달라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中情 요구 모두 거절… 국내외 비난에 정부 백기

1979년 대법원 “경영상 문제로 기구 축소” 판결

진실위 해임관련 문의 안해

언론인 해임 등에 대해 진실위가 내린 결론은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다.

진실위는 올해 5월 21일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에 관한 조사를 위하여’란 공문을 보내 광고탄압과 관련한 자료의 협조를 동아일보에 요청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충실하게 답변서를 제출했다.

진실위가 이때 요청한 것은 ‘광고탄압 사건’에 관한 자료였으며 언론인 해임에 대한 것은 없었다. 그 후에도 진실위가 사건 당사자 중 한쪽인 동아일보에 언론인 해임과 관련해 그 어떤 내용도 질의하거나 자료를 요청한 바가 없다.

특히 진실위 발표 중 언론인 해임 관련 대목은 중요한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 문제는 이미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내려져 법적으로 완료됐다. 대법원은 1979년 1월 30일 해직 언론인들이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해고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1970년부터 경영 실적이 악화되던 동아일보는 1974년 광고 사태로 존폐 위기를 맞아 이듬해 3월 8일 1실 3부를 폐지하는 내용의 기구 축소를 단행했다. 당시 언론인 해임은 경영상의 문제였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동아일보가 제작과 출근을 거부한 사원들에게 회사에 복귀할 것을 설득했으나 끝내 이를 거부한 사원들만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동아일보가 광고 재개의 최종 협상조건으로 편집국장 방송국장 정치부장 등 간부 5명(진실위는 5개 국장으로 발표)의 인사를 중앙정보부와 사전에 협의하고 사과성명을 내는 것을 수용했다고 발표했으나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동아일보 주필이었던 고 이동욱 회장은 지난해 진실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양두원 당시 중정 차장보가 수차례 동아일보의 논조를 바꿀 것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중정이 요구한 사과성명 문건인 ‘東亞의 결의와 진로’를 싣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광고탄압은 1975년 7월 15일 풀렸다. 광고사태가 해결된 배경에는 국내외 여건이 큰 영향을 끼쳤다. 국제언론인협회(IPI)와 국제기자연맹(IFJ) 등이 연일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전 세계 유력 언론도 연일 정부에 대한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또 1975년 8월 리마 비동맹회의를 앞두고 남북한이 이 단체 가입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던 터라 박정희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더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광고탄압이 끝난 뒤 동아일보는 한동안 간부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그 후 1977년 1월 초 박경석 도쿄특파원을 정치부장으로 임명할 때와 같은 해 7월 권오기 방송담당 부국장을 편집국장으로 임명할 때도 중정과 전혀 사전협의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중정은 정부에 비판 기사를 계속 게재하는 박 부장을 해임하라고 여러 차례 압력을 가했으나 동아일보가 부당한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는 1980년까지 정치부장으로 재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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