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4>음식사변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생활이 여유롭고 근심이 없는 곳,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 운명의 장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은 곳에서 요리법은 크게 발전하게 마련이다. 요리는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유쾌한 만족감을 준다.”》

배가 비면 정신도 빌 수밖에…

이 책은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동서고금의 음식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맹자, 플라톤 등 고대의 사상가부터 에밀 졸라, 뒤마 같은 소설가 등 미식가들이 음식에 대해 느낀 진솔한 생각들이 담겼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배가 비어 있으면 정신도 빌 수밖에 없다”는 말로 미식을 옹호한다. 그러고는 부와 쾌락을 경멸하고 금욕과 중용을 찬성한 사람들은 분명 식욕이 없었을 것이라고 비꼰다. “식탁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기쁨과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식탁은 평화의 기쁨과 용기의 열정 그리고 전사의 덕을 한데 모은다.”

반면 그리스의 전기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연회는 사치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가 겨냥한 사람은 로마 공화정 시대의 정치가 루쿨루스. 플루타르코스는 매일 화려한 연회를 여는 루쿨루스에 대해 “그의 일상 연회는 허식 가득한 사치 자체였다. 붉은 식탁보에 보석 박은 접시, 춤과 막간의 여흥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세련된 요리, 이 모두를 서민이 보았다면 감탄과 시샘을 동시에 느끼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쿨루스에 대한 일화도 소개한다. 루쿨루스는 날마다 로마를 찾아온 그리스인들을 초대해 엄청난 비용의 연회를 베풀었는데 하루는 혼자 저녁을 먹었다. 하인은 연회처럼 사치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비교적 간소하지만 루쿨루스 혼자 먹기에는 충분히 잘 차린 상을 내놨다. 상 앞에 앉은 루쿨루스, 호통을 친다. “너는 루쿨루스가 루쿨루스와 정찬을 함께하는 것을 몰랐단 말이냐?” 이 말은 로마 전체에 퍼졌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로 유명한 브리야사바랭은 17세기 유럽에 처음 초콜릿이 소개됐을 때를 떠올린다. 초콜릿을 접한 스페인 숙녀들은 하루에 몇 번씩 초콜릿 음료를 마시는데도 만족하지 못했다. 교회에서도 신도들에게 초콜릿을 대접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당시 금욕을 강조한 교회는 초콜릿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는 신자들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육체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광경에 주교단이 진노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교회는 초콜릿의 인기와 타협했다. 단식해야 하는 날에도 제조 과정에서 물이 들어간 초콜릿은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맹자는 음식을 빗대 올바른 통치의 도(道)를 강조한다. “정부가 농번기에 들판에 나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먹고 남을 만큼 곡식을 거둘 것이다. 고기를 낚을 때 너무 촘촘한 그물을 쓰지 못하게 하면 후에 백성들에게 돌아가는 생선은 더 많아질 것이다…70세 노인들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일반 백성들은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다면, 그 나라의 왕은 성군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당시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맹자는 이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데도 창고를 열어 구제할 줄 모르며, 백성들이 죽어 나가도 ‘내 책임이 아니다. 흉년이 든 탓이지’라고 쉽게 말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통치자들에게 “흉년 핑계만 대지 말라. 그러면 온 백성이 네 편에 설 것”이라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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