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랑 타령 일색인 발레에 애절한 한국정서 담았어요”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젊은 행정관 지수역을 맡은 이현준 씨와 파드되를 연습하는 김주원 씨.
젊은 행정관 지수역을 맡은 이현준 씨와 파드되를 연습하는 김주원 씨.
“발레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는 시도로 ‘아랑’을 선택했어요.”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김주원(30) 씨가 우리 설화 속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18,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김민희 글로벌컨템포러리발레단의 창작발레 ‘아랑, 백골의 눈물 꽃잎처럼…’에서다.

‘아랑…’의 줄거리는 자신을 겁탈하려던 도홍사에게 살해된 아랑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원혼으로 나타나 부임하는 행정관들을 죽게 만든다는 내용. 새 행정관 지수가 아랑의 한을 풀어주면서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된다. 경남 밀양에 전승된 설화를 무용으로 재구성했다. 김 씨가 사랑에 배신당한 ‘지젤’(국립발레단 하반기 전국순회공연 레퍼토리)도 함께 하고 있으니 동서양의 비련의 여성을 넘나들게 된 셈이다.

“국립발레단 이외의 작품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랑…’은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 무용수로서, 서양의 춤인 발레에 어떻게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낼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 오던 터였어요. ‘아랑…’이 그 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주제의 대부분인 서양 작품과 달리 우리 발레는 효, 절개, 우애 등 다양한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김 씨. 그는 무당이 아랑의 혼을 달래주는 ‘진혼제’ 춤을 추다 보면 가슴이 찡하다고 했다. “억울한 심정, 귀신이 되어 홀로 떠도는 외로운 심정이 떠오릅니다. ‘아랑…’은 감정의 폭이 넓고, 특히 진혼제 대목은 연기로 승부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어서 집중해야 하기도 하고요.”

‘아랑…’에서 김 씨는 젊은 행정관, 무당, 도홍사 역을 맡은 이현준 유승진 정형일 등 여러 명의 남자 파트너와 파드되(2인무)를 추게 된다. 외모가 창백하고 슬픈 느낌이어서 비극적인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지만 정작 김 씨는 “성격은 전혀 다르다”면서 웃는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와 어울려 놀아서 왈가닥이거든요. 막상 아랑 같은 위기에 닥치면 태권도로 제압할 거예요. 지젤처럼 배신당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것 같아요. 하하.” 오후 7시 30분, 2만∼10만 원. 02-588-641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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