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역사교재는 나라의 경계 벗어나야”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9분


■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 8일 서울 개막

“한중일 첫 공동역사교재는 3국의 역사를 모은 데 불과했다. 제대로 된 역사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나라의 경계를 벗어나야 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2차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이 8, 9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사(地域史) 패러다임’과 관련해 역사가의 역할을 모색한 논문들이 발표된다.

일본 히토쓰바시대 사카모토 히로코 교수는 미리 배부된 논문에서 2005년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미래를 여는 역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논문에서 이 교재에 대해 “각 나라의 역사에 대해 그 나라 집필 담당자만 기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결국 세 나라의 역사를 한데 수집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유명사인 한자를 오역하거나 잘못 표기한 경우도 많았고 한 나라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 포함된 사례도 많았다는 것이다.

교재에서 ‘중국 역사에 있어 탁월한 해군 지휘관’으로 소개된 류보섬(劉步蟾)의 경우 중국인이라면 알고 있는 인물인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은 해군사를 전공한 연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각각의 역사를 모으다 보니 중요한 부분이 은폐되는 결과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세균전 화학전 부대인 ‘731부대’의 경우 그 부대의 연구 자료가 미국에 제공됐다는 사실은 언급하면서도 자료가 베트남전쟁에 이용됐던 사실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평화연구소(USIP) 엘리자베스 콜 연구책임자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홀로코스트(대학살)를 둘러싼 폴란드와 유대인의 앙금을 해소하기 위해 창간된 연간 학술지 폴린(POLIN)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논문에서 “1980년대 중반에 폴린이 창간된 뒤 폴란드와 유대인의 역사적 대화는 급속하게 발전했고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공동 연구로까지 이어지는 기적을 낳았다”고 밝혔다. 홀로코스트 때 죽음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도운 많은 폴란드인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부역한 폴란드인 때문에 피해가 컸다’는 유대인의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이런 연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폴란드가 최근 바르샤바에 있는 과거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에 폴란드 유대인의 역사 문화와 관련한 대형박물관을 짓기로 결정하는 등 역사적 화해와 관련해 적극적인 교육에 나서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성균관대 정현백(사학) 교수는 ‘트랜스내셔널 역사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논문에서 한국 역사학계가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 아니면 민족주의 해체의 역사 서술’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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