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서양 외교관이 본 ‘조선-淸-日’…‘격동의 동아시아를 걷다’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 격동의 동아시아를 걷다/막스 폰 브란트 지음·김종수 옮김/448쪽·2만3000원·살림

‘일본이 조선에 대해 야욕을 품기 시작한 것은 조선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급기야 16세기 말에는 거대한 원정대가 조선으로 출정하기에 이르렀다. 왜군은 조선에서 끔찍한 난동을 부렸으며 승리의 징표로 조선 병사들의 귀와 코를 잘라내 교토로 보냈다.’

‘일본이 외국으로부터 배운 많은 것 가운데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 것을 제일로 꼽을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전쟁터의 소식을 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쟁에서 거둔 전과가 수많은 희생을 치른 대가라는 사실은 철저하게 은폐된다.’

저자는 1872년부터 일본 주재 독일 공사, 1875년부터는 청나라 주재 공사를 지냈다. 조선과 독일의 수호통상조약 체결에도 관여하는 등 독일의 동아시아 외교정책 실행에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책에서 19세기 말 조선, 중국, 일본을 둘러싼 서구 열강의 경쟁과 동아시아 각국의 내부 문제를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조선에 대한 서술은 총 15장 가운데 3장과 8장 등 2개에 그친다. 일본에 대한 기술의 연장선에서 조선 문제를 바라보는 형식이다. 조선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일본의 침략 본능에 주목했다. 임진왜란과 명성황후 시해를 주요한 사건으로 다뤘고, 특히 명성황후 시해를 위한 일본의 치밀한 준비와 실행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임진왜란으로 촉발된 일본의 만행에 대한 조선인들의 뿌리 깊은 원한이 명성황후 시해로 치유하기 힘든 트라우마가 됐다”고 해석했다.

‘독일 외교관의 눈에 비친 19세기 조선, 중국, 일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일본이 기독교를 수용하는 과정, 청나라의 화폐제도 개혁 등 당시 동아시아의 핫이슈를 폭넓게 다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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