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퇴임앞둔 테너 신영조 교수-김우경 씨 21일 ‘사제 공연’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성악 인생 45년 기념 공연을 하는 테너 신영조 교수(오른쪽)와 제자인 테너 김우경 씨가 음악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성악 인생 45년 기념 공연을 하는 테너 신영조 교수(오른쪽)와 제자인 테너 김우경 씨가 음악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뉴욕서 기립박수 받는 제자 보니 눈물”

“힘들땐 스승님 가르침 새기며 견뎠죠”

“제가 1960년대에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할 때는 제게 북한사람이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요. 어차피 못살던 때라 남북한을 똑같이 본 것이지요. 그런데 2007년에 내 제자가 메트로폴리탄에 당당히 주역으로 서서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45년간 한국 가곡계의 중심에 서 있던 테너 신영조(65·한양대) 교수가 21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자들과 함께 정년퇴임 기념음악회 ‘신영조와 젊은 그들의 노래’를 공연한다. 지난해 홍혜경(49) 씨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런던 코벤트가든 무대에 올랐던 테너 김우경(31) 씨도 스승을 위해 귀국해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을 열창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장충고 1학년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하던 중 어깨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라디오를 통해 오페라 아리아를 처음 듣고 성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제대 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독일 뮌헨 음대를 졸업한 뒤 33세 때 한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당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독창자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만 하고 오페라 무대에서 가수로 활동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러나 제게 배운 김우경 같은 제자들이 세계적인 무대에 서고 있으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만은 아니죠.”

김 씨는 “1999년 국내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을 때 과도한 연습과 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는데 선생님이 1주일 동안 ‘아’ 소리도 내지 말고 머릿속으로만 노래하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무척 불안했지만 선생님의 처방대로 해서 결선에서 ‘B#’의 고음이 제대로 나와 우승했던 것이 성악가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0년 유럽에 진출한 후 동양인으로서 많은 차별을 당해야 했다. 그는 그때마다 스승인 신 씨의 말을 되새겼다고 한다. “성악이란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나 다를 바 없다”라는 말이었다.

이번 음악회에는 김 씨 외에도 소프라노 황신녕(2005년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1위), 테너 허영훈(독일 카셀 슈타츠오페라 전속 가수), 소프라노 현명희(독일 베르크하이머 성악콩쿠르 1위)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무대에 선다. 3만∼12만 원. 02-780-505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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