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페르시아 특별 강좌]<11>다리우스 1세와…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다리우스 1세와 ‘비시툰 비문’

“왕위 등극 과정 기록해 놓으라”

쐐기문자 만들어 절벽에 새겨

부조도 걸작… ‘오리엔트 예술 결정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토요 강좌의 주제는 ‘다리우스 대왕의 비시툰 비문에 대한 예술사적 궤적’.

이날 강사로 나선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오리엔트(서아시아)의 광활한 영토를 지배한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 다리우스 1세 대왕(기원전 549∼기원전 486)의 왕위 등극 과정을 새긴 ‘비시툰 비문’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했다. 비시툰은 이란 케르만샤 동쪽의 고대 도시.

배 교수는 먼저 페르시아 제국의 특징인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을 설명했다. 페르시아 왕들은 정복지 민족의 정치, 문화, 종교적 자유를 허락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제국을 이룩한 다리우스 1세는 ‘거룩한 산’이라고 불린 비시툰 산에 자신의 등극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비문을 새기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페르시아는 문자가 없었다. 배 교수는 “다리우스 대왕은 고대 페르시아 쐐기문자를 급히 만들었고 이는 왕의 지시로 문자가 만들어진 최초의 예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페르시아 쐐기문자는 주로 영구 보존될 재료인 돌 위에 새겼고 왕조 비문에만 사용됐다. 이처럼 고대 페르시아 문자는 제국의 왕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였다.

1837년 이 문자가 처음 해독되면서 페르시아 연구가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전까지는 다리우스 대왕을 알기 위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성서 등 2차 자료를 이용해야 했다.

‘비시툰 비문’은 높이 69m의 절벽에 새겨져 있다. 비문 자체의 크기는 가로 7m, 세로 1.8m. 함께 새겨진 부조 석상은 가로 5.5m, 세로 3m에 이른다. 비시툰 산은 실크로드의 원형이 됐던 페르시아 ‘왕의 길’에 있다.

‘비시툰 비문’에서 다리우스 대왕은 신하 2명과 함께 서 있다. 왼쪽 신하는 페르시아 창을 들고 있는 고브리야스이며 오른쪽은 활을 들고 서 있는 인타페르네스다. 다리우스는 정적이었던 가우마타를 밟고 있으며 가우마타 뒤로 포승줄에 묶인 포로가 줄지어 있다.

비문은 페르시아어뿐 아니라 엘람어, 고대 메소포타미아 언어의 하나였던 아카드어로 쓰여 있다. 비문은 따로 돌에 새겨져 페르시아의 정복지들에 보내져 왕의 위엄을 과시했다. 배 교수는 ‘비시툰 비문’이 “오리엔트 예술사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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