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오카리나 부는 청년 한태주 씨 3집음반 ‘공간여행’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산속에서 오카리나를 불면 저 멀리 산 아래 동네에서도 들린다고 해요. 오카리나는 산속에서 바람에 실어 보낼 때 가장 잘 퍼져 나가는 것 같아요.”

오카리나를 부는 ‘지리산 청년’ 한태주(22) 씨가 3집 음반 ‘공간여행’(신나라 레코드·사진)으로 돌아왔다. 16세 때 첫 앨범 ‘하늘연못’(2002년)을 내 입소문만으로 무려 3만 장이 팔렸고, 2005년 2집 앨범 ‘새소리’로 자연의 소리를 오카리나에 담아낸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오카리나를 처음 접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4세 때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본격적으로 오카리나 연주와 작곡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작곡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많은 음악을 듣고, 키보드와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놀면서 스스로 음악하는 법을 터특했던 것.

“우리 가족은 전국을 함께 돌아다니며 음악회를 했어요. 저도 어릴 때부터 오카리나를 불었지요. 부모님은 늘 지리산에 들어가 살고 싶어했지요. 결국 제가 열여섯 때 지리산에 들어와 살게 됐어요. 외롭기도 하고 말할 상대도 없었지만 내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한 씨는 현재 전북 남원의 실상사 근처 지리산 자락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기타와 건반, 타악기 등이 세션으로 참여한 음반인데도 멀리서 들으면 오카리나 소리만 들린다”며 “오카리나 소리는 자연 속에서 잘 퍼져 나가기 때문에 우리 집은 늘 동네에서 떨어진 산 자락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1, 2집과 같이 그가 전부 작곡한 3집 음반은 ‘오카리나 소년’이 아닌 ‘지리산 청년’으로 성숙해진 그의 넉넉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소유나 안주에 대한 불안도 없이 그저 자연에 귀를 열고 물 흐르는 대로 살아온 그의 삶이 녹아 있는 듯하다. 오카리나가 흙으로 빚은 ‘흙피리’여서일까. 회색 빌딩과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의 음반은 자연의 소리와 생명의 기운으로 어루만져 주는 ‘치유 음악(healing music)’으로 다가온다. 송순현 정신세계원 원장은 그의 오카리나 선율을 ‘천상의 맑은 기운을 담은, 이 땅을 살려내는 하늘의 음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조선 시대 때 흙으로 만든 ‘훈’이라는 악기가 있었어요. 약 200년 전에 이탈리아 사람이 흙피리의 맑고 청아한 소리에 빠져 악기를 가져갔지요. 그는 동양의 5음계 대신 구멍을 몇 개 더 뚫어 서양식 7음계로 된 오카리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세모 모양의 악기가 됐는데, 사람들은 작은 거위를 닮았다고 ‘오카리나’라고 불렀죠.”

그의 바람은 자신의 음악이 좋은 음악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기운을 내게 해주는 음악이 되는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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