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끝없이 소통과 융합을 고민하는 건축.
제19회 김수근문화상 수상작으로 이손건축 이민(53), 손진(49) 대표의 경북 경산시 ‘운문유치원’과 김준성(52)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의 경기 파주시 ‘한길갤러리’가 선정됐다.
건축가 고(故) 김수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전년도 한국에 완공된 우수 건축물을 심사 대상으로 한다. 한국에서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공동수상은 이번이 처음. 심사위원들은 “최종 추천된 4개 후보작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건물 모두 분할된 공간을 중첩하고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설계된 것이 특징. 심사에 참여한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개별 건축 프로젝트로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용자와 사회의 기존 통념을 뒤집는 가볍지 않은 제안과 질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분할과 소통의 유치원
운문유치원(3층·건축면적 1124m²)은 얼핏 봐서는 전혀 유치원 같지 않은 건물이다.
겉모습과 내부공간 모두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예각(銳角)을 가진 공간과 거친 질감의 재료. 나무와 벽돌, 노출콘크리트 등 마감재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 채도를 낮춘 공간은 알록달록한 그림이 가득한 유치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낯선 느낌을 준다.
손 대표는 “잘 알려진 유치원의 이미지는 어른들이 별 고민 없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관습적 전형일 수 있다”며 “화려한 꽃무늬나 만화가 그려진 벽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좀 더 풍성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체 공간의 핵심은 중앙홀. 이 홀에는 아이 손가락 같은 5개의 직육면체 블록 공간이 연결돼 있다. 원형과 삼각형의 여러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아이들은 그 빛 아래에서 소극장과 구름다리 등 다양한 놀이공간을 만난다.
이 대표는 “손바닥과 같은 이 중앙홀은 각 블록에서 생활하는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라며 “교실의 집합과 분산을 통해 도시와 사회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첩과 틈새의 갤러리
김 교수의 한길갤러리(2층·건축면적 465m²)도 중첩되는 공간의 이음매에 방점을 뒀다.
이 건물은 본래 건축주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입수한 19세기 영국의 수공예책 명장 윌리엄 모리스의 ‘초서 53권 전집’을 전시할 의도로 시작됐다. 시공 도중 계획이 바뀌어 책 전용 전시 목적은 없어졌지만 수공예책에서 강조된 ‘테두리’ 이미지는 건축물에 뚜렷이 반영됐다.
이 갤러리의 공간은 다양한 육면체 공간들이 서로 중첩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 육면체 공간들의 겹쳐진 접선을 따라 틈새를 만들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모서리를 따라 열린 길쭉한 채광창은 수공예책의 가장자리 장식을 본뜬 이미지다. 김 교수는 “경계선과 접선의 역할을 겸하는 빛을 통해 공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종호 교수는 “건축 과정에서 공간이 본래 품었던 뜻을 너무 일찍 잃은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색다른 전시 계획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이 원숙하게 표현됐다”면서 “디테일과 매스의 형태에서 건축가의 세련된 감성이 잘 드러났다”고 평했다. 이곳에선 28일부터 회화전 ‘아웃 오브 사이트 스틸 인 마인드’가 열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