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엉뚱한 상상,달콤한 과학…‘있다면? 없다면!’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있다면? 없다면!/꿈꾸는 과학·정재승 지음/288쪽·1만2000원·푸른숲(고교생)

‘만약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 만약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 만약 배낭 로켓을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무심코 해 볼 수 있는 상상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한번 해 본’ 상상을 허술하게 끝내지 않는다. ‘만약’이 이루어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추적해 보고, 과학적 가능성까지 따져 보기 때문이다. 엉뚱한 상상과 진지한 추론이 만난 결과는 ‘과학의 재발견’.

KAIST 교수이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로 잘 알려진 저자가 ‘꿈꾸는 과학’ 소속 대학생들과 함께했던 과학 수업을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어 ‘만약 하늘에서 주스 비가 내린다면?’이란 궁금증을 살펴보자. 세상이 무척이나 달콤할 것이라는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혀를 내밀고 주스를 맛보려 할 것이고 사람들은 모든 양동이를 동원해 빗물을 받아 두려 할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의 상상이 끝났다면, 이제 과학적 점검에 돌입해야 한다. 정말 주스 비가 내릴 수 있을 것인가부터 건축물 부식, 세균 및 곰팡이 번식, 물 부족, 기후 재앙 등 주스 비로 인한 각종 부작용까지 따져 볼 것이 많다. “주스 안에 들어 있던 과당이나 구연산은 100℃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되어야 기화가 일어난다. 결국 ‘주스 비의 순환’은 불가능하다”는 결론 속에 과학적 지식들이 녹아 있다.

물론 ‘만약 π의 크기가 달라진다면?’이나 ‘만약 등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처럼 과학서적에 적합해 보이는 질문도 있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숫자 π=3.14…가 2가 되고 3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면 신비롭다. 그 세상은 ‘빛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구석구석이 달팽이 껍데기처럼 휘어진 세상’일 것이다.

등호를 발견하지 못한 세상의 수학 시간은 지금보다 더 난해할지도 모른다. ‘자 하나에 메기 2마리를 더한 것은 붓 한 자루에 산호초 두 덩이를 더한 것과 같을까?’ 같은 문제가 수능시험에 나오면 다들 한참 끙끙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궁금증이 하나 더 생기고 만다. ‘만약 내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이런 재미있는 주제를 놓고 수업을 했다면?’

정훈이 씨가 그린 그림도 책의 맛깔을 더한다. 재치 있는 삽화 덕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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