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5>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所(소)는 뒤의 동사와 합해 명사조합을 만드는 특수한 지시대명사이다. 所以(소이)는 以(이)의 역할이 더해져, 동사와 조합하여 주로 방법이나 수단 또는 원인이나 목적 따위를 의미하는 명사 형태가 된다. 또 여기서처럼 ‘∼하는 것’으로서 주체임을 표시하기도 한다.

載(재)는 올려놓거나 싣다 또는 운반하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물에 띄우다의 뜻이다. 積載(적재)는 짐을 운송수단에 쌓아 싣는 것이고, 記載(기재)는 기록하여 싣는 것이다. 滿載而歸(만재이귀)는 가득 싣고 돌아가다의 뜻으로 수확이 많음을 의미한다. 또 年(년)과 통하며 해를 뜻한다. 千載一遇(천재일우)는 천 년에 한 번 만날 만큼 매우 드물다는 뜻이다.

舟(주)는 작은 배를 위에서 본 모습이며, 船舶(선박)과 艦艇(함정)의 각 글자에 부수로 쓰였다. 亦(역)은 大(대)의 양 옆에 점을 찍어 겨드랑이를 표시한 腋(액)의 본래 글자인데, 그 뜻보다는 ‘역시’라는 어기의 표시에 주로 쓰인다.

覆(복)은 顚覆(전복)이나 번覆(번복)처럼 뒤집거나 뒤집히다의 뜻, 망치거나 망하다의 뜻, 反覆(반복)하다의 뜻이 있다. 그런데 본뜻은 덮다 또는 숨기다로, 이때는 주로 ‘부’로 읽는다. 부수인 아(아)는 덮다 또는 가리다의 뜻인데, 아래 위 방향에서 겹쳐서 싸고 또 맨 위에 선을 그어 덮은 모양이다. 覆蓋(부개)는 덮다 또는 뚜껑의 뜻인데, 보통 ‘복개’로 통용되며 覆蓋川(복개천)처럼 쓰인다.

물은 배를 띄우는 것이지만 뒤집어 가라앉히는 것이기도 하다. 각기 국민과 군주에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그렇게 큰 배를 힘차게 받쳐주다가도 가라앉힐 때는 아무리 큰 배라도 사정이 없다. 그러나 결코 물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서인 陳壽(진수)의 ‘三國志(삼국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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