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기념사업회 “친일 작품활동 없어”
신현확씨 유족 “日관료 근무했다고 매도”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편찬위)가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4776명의 명단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2005년 8월 1차로 발표된 3090명 외에 작곡가 안익태와 무용가 최승희 등 1686명이 추가로 포함됐다.
두 단체는 일제강점기 중앙 관료와 군 장교 중심이던 1차 명단과는 달리 이날 발표된 2차 명단에는 추가 조사에 의해 행적이 파악된 친일 혐의자와 지역 유력자, 해외에서 활동한 친일 인물이 대거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는 또 친일파를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친 자’로 정의했다.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 인물들을 ‘조약체결 등 매국 행위에 가담하거나 독립운동을 직접 탄압한 민족반역자’와 ‘식민통치기구의 일원으로 식민지배의 하수인 노릇을 했거나 침략전쟁을 미화선전한 문화예술인 등 부일협력자’로 두 단체는 나눴다.
세부적으로는 △매국인사 21명 △수작·습작 138명 △중추원 335명 △일본제국의회 11명 △관료 1207명 △경찰 880명 △군 387명 △사법 228명 △친일단체 484명 △종교 202명 △문화예술 174명 △교육학술 62명 △언론출판 44명 △경제 55명 △지역 유력자 69명 △해외 910명 등 총 16개 분야에서 5207명(일부 인사는 2개 이상 분야에 중복 선정)을 선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작곡가 홍난파,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신현확 전 국무총리, 서범석 전 국회의원 등은 1차 명단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일부 인사의 유족과 관련 단체들이 일방적인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대 한경자(무용학과·최승희 기념사업회 강원지부장) 교수는 “최승희의 작품이나 활동에서 친일 행위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자료 보완을 해서 이의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현확 전 총리의 아들인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아버지가 일본 관료로 근무했다는 단편적인 면만 봤지 실제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며 “일단 이의 신청을 한 뒤 잘못된 내용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얼마나 자발적 지속적으로 친일 행위에 가담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편찬위는 이날 발표된 명단과 관련해 60일간 이의 접수 및 추가 심의를 할 계획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총론편 1권, 인명편 3권, 부록 3권 등 총 7권으로 구성되며 8월 인명편 3권이 우선 발간될 예정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