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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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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에서 함께 근무하는 나영구(46), 김은미(45) 씨 부부는 18일 딸 성은(17) 양, 아들 길제(13) 군과 함께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나 씨 가족 모두 미국은 처음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국 땅을 밟게 된 것은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하는 김 씨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보스턴과 뉴욕을 둘러보고 나이아가라폭포도 구경할 예정이다. 성은 양은 평소 궁금했던 ‘미국 본토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3월에 중학생이 된 길제 군은 현지인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눠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dongA.com에 동영상
○ 경비 1400만 원 만들기 위해 2년간 적금
이번 여행에 드는 경비는 1400여만 원. 김 씨는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한 달에 40만 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김 씨는 “2005년 동아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페이스메이커로부터 보스턴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꼭 출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왕이면 큰 세상 나만 보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이들한테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남편과는 제대로 대화도 못 했는데 이번에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되면 삶의 목표가 새로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마라톤을 ‘고독한 레이스’라고 한다. 하지만만 요즘 트렌드는 ‘가족이 함께 하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이 대중화되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뛰거나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골인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레이스를 함께하지 않더라도 대회가 열리는 곳까지 같이 가서 마라톤에 참가하는 아빠나 엄마를 응원하고 마라톤이 끝나고 나면 함께 여행을 가는 가족들이 많다.
○ 뉴욕으로 보스턴으로… 달리고 관광하고
마라톤 가족들은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열리는 마라톤에도 함께 다닌다. 외국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여행도 같이 한다.
해외 마라톤 전문여행사인 ‘여행춘추’를 통해 21일 열린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사람은 80명. 이 중 20여 명이 가족들과 함께 보스턴으로 떠났다.
이 회사 정동창 사장은 “2005년경부터 해외 마라톤에 가족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요즘은 부부가 함께 출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1∼2년 동안 펀드나 적금을 부어서 경비를 마련해 가족이 함께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김병일(62)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부부마라톤 동호회를 만들어 지난해 뉴욕마라톤대회에 회원 부부 4쌍과 함께 참가했다.
그는 “부부가 해외 마라톤대회에 같이 나가면 자연스럽게 여행도 같이 하게 된다”며 “마라톤도 하고 외국 문화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마라톤 경력 8년차인 김 전 장관은 기록 단축보다는 부인 변양신 씨와 함께 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건 축복”이라며 “연습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대회 출전도 항상 같이 하니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한다”고 했다.
손도수(60) 마산 태봉병원 이사장 가족에게 국제마라톤대회는 만남의 장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 현준(20) 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우리 가족은 모두 마라톤 마니아여서 주요 국제 마라톤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간다”며 “마라톤대회가 가족 상봉의 장을 마련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 아내-아이들과 달리다 보면 가족사랑 새록새록
2005년 보스턴마라톤과 지난해 2월 일본 도쿄마라톤대회 때 손 이사장은 부인 백승도(53) 씨, 현준 씨와 함께 뛰었다.
손 이사장은 “기록 단축에 대한 욕심이 안 나는 건 아니지만 더 소중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뛰는 시간 그 자체”라고 말했다.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둔 민덕기 변호사는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하면서 막내인 성일(10) 군을 데리고 갔다. 민 변호사는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미국에 같이 다녀오면 아들과 많이 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성일 군과 함께 5km나 10km 구간을 함께 뛴다. “귀한 아들이라고 귀하게 키우면 안 될 것 같아서 내놓고 굴리면서 키우려고 한다”며 “이런 생각으로 마라톤에 같이 데리고 다니는데 많이 씩씩해졌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뛰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은 큰 힘이 된다.
부인 김정라(56) 씨와 함께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한 김기정(60) 씨는 “인생을 함께한 아내와 같이 뛰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뛰다가 얼굴을 마주 보면 절로 미소가 생기면서 없던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마라톤 안전하게 즐기려면…▼
1 클럽에 가입하라
각 지역마다 마라톤클럽이 있다. 클럽에선 바른 달리기 자세와 5km, 10km를 제대로 달리는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 준다.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
2 옷과 신발 구입에 돈을 아끼지 마라
마라톤은 별다른 장비나 기구가 필요 없다. 필수품은 신발과 옷이 전부다. 간편한 대신 좋은 것을 사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신발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쿠션이 좋고 가벼운 것을 골라야 한다. 평소 신는 신발보다 5∼10mm 큰 사이즈를 사야 한다. 옷은 땀이 잘 배출되는 것이면 무난하다.
3 위밍업이 중요하다
뛰기 전에 우선 몸부터 풀어야 한다. 날씨가 쌀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달리고 난 뒤에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 수축과 이완을 적절히 해줘야 한다.
4 근육도 필요하다
달리기는 다리 근육 못지않게 상체 근육도 많이 쓴다. 복근이나 어깨 근육 등 상체 근육을 강화해야 잘 달릴 수 있다.
5 알고 뛰어야 운동이 된다
자기 몸에 맞게 뛰어야 운동이 된다. 무리하게 뛰는 것은 노동이다. 운동 시작 전에 병원에 가서 운동부하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받고 내 몸 상태를 먼저 아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