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설계기술자서 팝페라 가수로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공고출신 ‘늦깎이 성악가’ 권휘진 씨 첫 앨범 내놔

팝페라 테너 권휘진(31) 씨가 최근 낸 첫 앨범 ‘페이스(face)’의 재킷색은 그가 14년 전 입었던 청회색 작업복을 닮았다. 권 씨는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1994년부터 2년간 경기 시흥시 기아자동차 배기계 설계팀에서 일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성악가를 꿈꿔온 권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레슨을 받아 1996년 경희대 음대에 진학했다. 이후 세 차례 도전한 끝에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진학해 졸업했다.

“형편상 음악공부는 엄두도 낼 수 없었죠. 꿈을 위해 퇴근 뒤에 레슨을 받곤 했어요. 대학에서도 막막했죠.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해 온 학생들과 차이가 엄청났거든요. 연습에 매달릴 수밖에요.”

권 씨는 서울대 재학 시절인 2002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영 아티스트’에 뽑혀 2003년 5월 첫 독창회를 가졌다.

이후 음반을 낼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2006년 군복무를 마친 뒤 음반사에 오디션을 신청해 음반을 내게 됐다.

첫 음반의 타이틀곡은 1975년 가수 윤연선 씨가 불렀던 ‘얼굴’. 권 씨는 리트(독일 가곡)와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팝페라를 택했다. 음반에는 ‘베사메 무초’를 비롯해 슈베르트의 ‘보리수’, 시크릿 가든의 ‘유 레이즈 미 업’ 등 7곡을 담았다.

“안드레아 보첼리를 좋아해요. 마음 속 슬픔을 조심스럽게 노래에 담아내는 게 느껴집니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표현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는 “노래는 옛 기억으로 돌아가게 하는 타임머신”이라며 “그 기억은 아픈 것일 수도, 기쁜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서 아픔보다 희망을 찾게 하는 게 노래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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